임팩티브AI 정두희 대표. /정두희 대표 제공

제조업체 10곳 중 7곳은 재고 손실로 골머리를 앓는다. 얼마나 팔릴지 몰라 무턱대고 많이 만들면 재고 비용이 늘고, 적게 만들면 팔 기회를 놓친다. 산업공학이 반세기 넘게 매달려온 난제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담당자의 ‘감’이나 수작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한동대 부교수이자 임팩티브AI를 이끄는 정두희(46) 대표는 인공지능(AI)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가 개발한 AI 설루션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 같은 돌발 변수까지 분석해 기업의 미래 수요를 90% 이상의 정확도로 맞힌다.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이 그의 기술에 지갑을 열었다. 정 대표를 만나 AI가 바꾸는 산업 현장의 미래를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포착한 난제

수요 예측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정 대표. /정두희 대표 제공

서울대에서 기술경영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13년간 근무했다. “주로 기술 트렌드를 분석해 국내 경영자들에게 보고하는 일을 했습니다. SERI CEO라는 지식 서비스 부서에서 오래 일하며 늘 고민했죠. ‘이 좋은 AI 기술이 왜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까’ 하고요. 아카데믹한 연구와 실제 산업 현장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 싶었습니다.”

2018년 한동대 교수로 임용된 후 ‘예측(Prediction)’ 연구에 몰두했다. “논문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많이 냈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밖 현실은 그대로더군요. 제조업의 ‘생산자 재고 지수’는 2000년대 이후 2배 이상 증가하며 계속 우상향하고 있었습니다. 70% 이상의 기업이 재고 문제로 손실을 보고 있었죠. 논문으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AI 기반 철강 원재료 수요예측 시스템 실증 현장. /임팩티브AI

AI 기술을 통해 산업 현장에 ‘임팩트(Impact)’를 주겠다는 의지를 담아 2021년 7월 임팩티브AI를 설립했다. “수요예측은 기업 생존과 직결되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풀어낼 자신이 있었어요. 박사급 전문가를 영입하고 투자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제품화에 돌입했습니다.”

◇독일인들 놀라게 한 ‘즉석 예언’

‘AI Summit Seoul & Expo 2025’에서 관람객들에게 딥플로우 서비스를 설명하는 정 대표(왼쪽). /임팩티브AI

임팩티브AI가 개발한 ‘딥플로우(Deepflow)’는 기업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200개 이상의 외부 변수를 분석한다. “기존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날씨, 거시경제 지표, 글로벌 이벤트 등 외부 환경 변수를 함께 봐야죠. 특히 우리는 ‘블랙스완 데이터’에 주목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발언을 하면 니켈 가격이 요동치죠. 이런 돌발 변수를 정량화된 지수로 만들어 AI에 학습시킵니다. 남들이 반영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영역까지 예측 모델에 넣은 겁니다.”

2025년 5월 독일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서 선보인 실시간 시연은 업계의 화제가 됐다. “부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내일의 금, 니켈 가격을 즉석에서 예측해 주는 라이브 데모를 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어디 얼마나 맞나 보자’며 팔짱을 끼고 있었죠. 그런데 5일 내내 예측 적중률이 98~99%를 기록했습니다. 이튿날부터는 방문객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사진을 찍어가고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딥플로우의 실제 사용 예시 화면. 미래 판매량을 예측해(왼쪽) 재고를 관리할 수 있다. /딥플로우

기술력은 실제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증명됐다. “한 철강 중견기업은 딥플로우 도입 후 재고 부족은 37%, 과잉 재고는 25%가량 줄였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아낀 셈입니다. 제약 회사에서도 예측 정확도를 50%대에서 80%대로 끌어올려 2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죠. 무엇보다 실무자들이 매달 일주일씩 매달리던 엑셀 작업이 반나절 만에 끝나게 됐습니다. AI가 초안을 잡아주니 사람은 의사결정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죠.”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성을 높였다. “엔지니어들은 숫자와 그래프를 좋아하지만 현업 담당자들은 어렵게 느낍니다. 그래서 ‘LLM(거대언어모델) 레포팅’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번 달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기온 상승과 특정 SNS 트렌드 때문입니다’라고 AI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식이죠. 단순히 결과만 던져주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맥락을 짚어주니 현장의 신뢰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AI 거품 속 정직함이 무기

정 대표는 ‘AI Summit Seoul & Expo 2025’에서 ‘양자역학과 예측AI가 여는 생산성 혁명’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두희 대표 제공

임팩티브AI는 창업 4년 만에 고객사 40여 곳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배치 5기 스타트업에도 선정됐다. “매출과 인력 규모가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각 산업의 1등 기업들이 임팩티브AI를 찾아줬습니다. 최근에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14억원 규모의 기술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아프리카의 한 정부와도 예측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기술의 혜택이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도 닿을 수 있도록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AI 업계의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실성(Integrity)’이다. “AI 업계에는 과장이 많습니다. 저희는 사내 핵심 가치 1번을 ‘인테그리티’로 정했습니다. 고객사에게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결국 그 정직함이 전문성으로 인정받더군요. AI를 만능열쇠처럼 포장하기보다 실질적인 재무 성과를 증명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