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온라인 커머스는 우리 삶의 양식을 통째로 바꿔 놨다. 휴대폰만 있으면 지하철, 침대도 백화점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온라인 커머스는 조금만 방심해도 고객이 이탈하고, 의외의 변수에 구매전환율이 떨어지는 냉혹한 무대다.
스타트업 ‘와들’은 현재의 온라인 커머스는 고객을 방치하는 무인 매장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쇼핑몰을 둘러보는 방문자와 상호작용하며 구매 결정을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젠투’를 개발한 계기다.
와들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아이 GPT-5 해커톤’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와들의 조용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 글로벌 진출기를 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음껏 질문하고,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어요
와들이 개발 및 운영하고 있는 대화형 AI 에이전트 젠투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의 구매 결정을 돕는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다.
젠투를 쉽게 설명하면 온라인 점원이다. 쇼핑몰 이용자가 제품을 둘러보거나 구매를 망설이고 있을 때 온라인 점원이 자연스레 대화를 걸어, 구매를 유도한다. 이용자의 구매 데이터를 토대로 상품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일련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매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와들은 AI 에이전트에서 나아가 AI 기반의 커머스 빌더를 개발 중이다. 시중의 커머스 빌더에서 진화한 형태로 쇼핑몰 구축부터 운영, 성장 전략 수립까지 전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모델을 목표로 한다.
기존 플랫폼이 쇼핑몰 제작에 최적화돼 있었다면, 개발 중인 커머스 빌더는 광고 집행 시점, 기획전 일정, 판매 전략 등 운영 의사결정까지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와들은 AI 점원을 운영하며 축적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쇼핑몰의 매출 증대와 성장 전략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시각장애인 위한 쇼핑 플랫폼으로 출발
와들은 카이스트(KAIST) 학부 창업팀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음성 대화형 쇼핑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첫 아이템으로 얻은 교훈이 이정표가 돼 줬습니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대화하며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경험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비슷한 시기,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다양한 커머스 기업이 대화형 쇼핑 도구가 있으면 유용할 것 같다며, 이런 프로덕트를 공급해달라고 제안해왔습니다. 그 제안 속에서 젠투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이 출발점이었다. “쇼핑몰에 어떤 제품이 입점돼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쇼핑몰은 매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2024년 초, 대화형 AI 에이전트 젠투를 론칭했다. “젠투를 통해 나눈 대화는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자양분이 됩니다. 젠투가 대화 데이터를 토대로 구매 패턴 및 인사이트를 도출하거든요.”
젠투를 통한 정밀한 수요 예측과 마케팅 최적화는 매출 성장으로도 이어진다. “A 패션 브랜드는 젠투 도입 후 매출을 7배 끌어올렸습니다. B 이커머스 플랫폼은 구매 전환율을 최대 13%까지 높이는데 성공했죠.”
◇오픈AI 해커톤서 글로벌 92개 팀 제치고 1위
지난 8월부터 와들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글로벌 진출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은 독특한 시장입니다.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건 아니지만, 소비자 성향이 까다로워 쇼핑몰 유저 경험이 고도화돼 있습니다. 물류 시스템도 발달한 편이죠. 젠투는 장벽이 높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장에서 생존했으니, 글로벌 소매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죠.”
해외 진출을 위한 기틀을 닦기 시작했다. 2024년 10월, 오픈AI (OpenAI)와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었다. “오픈AI의 인공지능 기술을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약으로,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오픈AI와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은 건 와들이 최초입니다. 이 계약을 통해 기술적인 발판을 확보했죠.”
오픈AI와 인연은 계속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오픈AI GPT-5 해커톤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주제는 24시간의 제한시간 안에 GPT-5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 대신, 익숙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젠투를 운영하며 생성한 데이터로 쇼핑몰 방문자의 디지털 클론(아바타)을 생성하고 판매 전략을 짜주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했죠.”
쇼핑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예컨대 방문자의 구매 가능성을 유추해서 맞춤형 기획전을 생성하거나 할인 쿠폰을 발행해줍니다. 처분을 원하는 재고를 말하면 해당 재고를 중심으로 기획전도 꾸려 주죠.”
이 아이디어는 심사현장에서 호평을 받더니, 결국 92개의 글로벌 경쟁팀을 제치고 우승했다. 해커톤 수상은 비즈니스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됐다. “수상 후 현지 투자자, 엔지니어, 잠재 고객을 만나는 게 한층 수월해졌습니다. 내부적으로는 AI로 쇼핑몰을 자동 운영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수상 경험을 계기로 AI 기반의 이커머스 빌더를 개발 중이다. “이미 많은 쇼핑몰이 활용하고 있는 웹 카탈로그 방식의 빌더로도 쇼핑몰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빌더는 제품의 판매를 촉진하거나 최적의 광고 타이밍을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쇼핑몰을 ‘잘 만들어’주지만 제품을 ‘잘 팔리기 위한 전략’을 지원해주는 건 아니죠. 현재 개발 중인 AI 이커머스 빌더는 AI 점원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획득한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쇼핑몰에 최적화된 운영 방식과 성장 방향을 제공할 겁니다.”
◇글로벌 진출 꿈꾸는 스타트업 위한 요람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마루SF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마루SF는 아산나눔재단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에 설립한 첫 번째 해외 거점이다. 단기 체류 숙소와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체류기간 동안 다양한 커뮤니티 및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8월 초 마루SF에 입주한 와들은 해당 기간 동안 샌프란시스코 전역을 다니며 264곳의 잠재 고객사를 만났다. “외국에 나가는 건 생활 환경과 업무 환경이 모두 바뀌는 일입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으면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마루SF 덕분에 안정적인 공간에서, 비슷한 목표를 가진 팀과 교류하고, 마음 편하게 미팅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와들은 마루SF를 거점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구상이다. “올해 안으로 해외 고객사 100곳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1000곳이 목표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기존의 커머스 빌더를 대체하는, 새로운 커머스 빌더를 출시하는 게 우선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