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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상북도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났다. 산불로 인한 소실 면적이 9만9490ha(헥타르)로 추정된다. 안동시 역시 화마가 휩쓸고 가면서 많은 과수원이 피해를 입었다.
사과·자두 과수원 ‘애플향농원’을 운영하는 임영우(32) 씨와 이수빈(28) 씨도 그중 하나다. 사과 나무 100여 그루와 농기계, 사과 저장고, 심지어는 집 2채까지 모조리 잿더미가 됐다. 절망 속에서도 부부는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살아남은 사과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피해 복구를 하는 한편 사과 수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3대째 이어온 안동 사과 과수원
애플향농원은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길안면에 걸쳐있는 사과 과수원이다. 안동시는 토양과 기후 조건이 적당해 높은 당도의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애플향농원 임영우 대표는 3대째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2만평(약 6만6115㎡) 규모의 과수원에서 연간 약 200t(톤)의 사과가 나온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나노 골드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시나노 골드는 껍질이 황금빛을 띠는 신품종으로 비타민C와 사과산이 일반 사과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들어 있어 신맛과 단맛이 조화롭다.
과즙이 풍부하면서도 과육이 치밀하고 단단해 씹는 맛이 있다. 껍질이 얇아 그대로 먹으면 더욱 새콤달콤하다. 저장기간도 상온에서 3주 정도로 일반 사과에 비해 긴 편에 속한다.
◇청년 농부의 사과 재배 도전기
임 씨는 2017년 부산 동명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가업을 이어받아 사과 농사에 뛰어들었다. 이 씨가 그 옆을 지키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씨는 2019년 한성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핸드메이드 캔들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했다. 사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 남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어요. 농부라고 하면 흙 묻은 운동화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죠. 미리 말하지 않았으면 농부인 줄 몰랐을 거예요. 멀끔한 차림새와 훤칠한 인상이었습니다. 장거리 연애였지만 남편이 당일치기로 안동과 부산을 매일 오갔어요. 길어야 3~4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왕복 5시간을 운전하는 모습이 고맙고 미안했죠. 연애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남편을 보러 안동에 간 적이 있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농부더군요. 그때 또 한 번 반했어요.”
- 사과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이유는요.
(임) “짜장면 집 아들은 짜장면 안 먹는다는 말이 있죠. 전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과를 참 좋아했어요. 하루에 하나씩 먹는 게 너무 당연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당연한 듯 아버지를 찾아가 농사를 짓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도 좋아하셨어요.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일을 이어받아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과수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임) “봄에는 비료를 주고 가지를 쳐야 합니다. 병 걸린 가지를 빠르게 확인해야 다른 가지로 번지지 않죠. 날이 따뜻해지면 나무에 꽃이 피죠. 그 자리에 열매가 맺혀요. 5~6월엔 적과(열매를 솎는 일)를 합니다. 여름엔 햇빛을 많이 받아 가지가 많이 자라서 가지치기를 한 번 더 해줘야 해요.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엔 사과에 붙은 잎사귀를 떼고 바닥에 반사필름을 깝니다. 사과 표면에 붉은색을 골고루 입히기 위함이죠. 이후 마침내 수확합니다.”
- 사과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꼽자면요.
(임) “‘정성’이요. 진부한 것 같아도 숨은 뜻이 있습니다. 과수원에 자주 가서 나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해요. 가령 나무 수세가 약하면 질소가 섞인 비료를 주고, 꽃이 잘 떨어지면 인산 비료를 뿌려야 합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시기를 놓치면 나무의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기 때문이죠. 병해충을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살펴보는 것 외엔 방도가 없습니다.”
- 아버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해 본 전략이 있나요.
(이) “2024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는 제가 주로 주도했죠. 매일 주문량을 확인하고 송장을 뽑는 등 서무 업무를 도맡아 했습니다. 사과 선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짧게나마 편집해 올려봤는데요. 소비자들의 반응이 실시간 댓글로 달리는 것을 보면서 ‘온라인 시장을 놓쳐선 안 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위기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부부
지난 3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경북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애플향농원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다. 하루아침에 집 두 채와 농기계, 사과나무, 사과 저장 창고 등을 잃었다. 온라인 단골이 생기고 판매량이 한창 늘고 있을 때였다. 온오프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임) “인근 지역까지 불이 번져 하늘은 이미 연기로 뒤덮여있었습니다. 과수원을 계속 지키고 있다가 볼일이 있어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그 순간 태풍 같은 바람이 불면서 과수원과 창고, 집으로 불이 옮겨붙었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바람은 처음 봤어요. 이 얘길 들으면 다들 ‘그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하는데요. 전 아쉬운 마음이 더 큽니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농기계 한 대라도 건질 수 있었을 텐데요.”
-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이) “올봄부터 초가을까지 출하하기 위해 저장해둔 사과가 모조리 잿더미가 됐습니다. 양으로 따지면 200t, 20억원어치 정도죠. 2024년 한 해 농사를 다 날린 셈입니다. 사과나무 100그루 정도는 손도 못 쓸 정도로 고사했어요. 남은 사과나무 중 절반 정도는 꽃눈이 타 버렸습니다. 꽃눈은 쉽게 말해 열매가 맺힐 자리인데요. 꽃눈이 사라진 나무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 다시 일어설 힘은 어디에서 얻었나요.
(임) “일주일 정도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멍하니 과수원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때 아내가 힘을 주더군요. 남은 나무들이 있으니 다시 일어서 보자고요. 운영 중이던 온라인몰에 주문 중단 안내 문구를 걸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욕심내지 말고, 살아남은 나무를 다시 돌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화마가 삼킨 자리에도 꽃은 핀다
2025년 9월 애플향농원은 사과 판매를 재개했다. 주력 품종은 시나노골드다. 시나노골드는 단단한 과육과 풍부한 과즙을 가진 가을 제철 과일이다. 일반적으로 사과 표면이 끈적끈적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나노 골드는 그 반대다. 색깔이 노랗고 만졌을 때 끈끈함이 느껴진 사과가 잘 익은 시나노 골드다.
- 선명한 붉은 빛의 사과가 좋은 사과 아닌가요.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인 ‘부사’는 빨간 표면에 황록색 점이 콕콕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죠. 최근 주목받는 사과 품종은 ‘시나노골드’입니다. 골든데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전체적으로 황금빛을 띠죠. 갓 재배한 시나노 골드일수록 꼭지가 싱싱하면서 색상도 밝습니다. 시나노 골드는 다른 품종에 비해 갈변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임) “이제 ‘절망’은 없습니다. 저장고를 새로 짓고 사과나무도 새로 심으려면 1분 1초도 아까워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내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한없이 나약해져 있을 때 옆에서 ‘잘하고 있다’, ‘잘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얘기해줬어요. 아내도 많이 지쳤을 텐데 그런 기색도 없이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죠. 비록 이런 시련을 겪었지만 아내와 함께라면 뭐든지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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