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걸으면서 불가피한 충돌이 예상될 때, 몸은 나와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그 힘을 스스로 조절한다. 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쌍방이 아프지 않을 수준으로 손뼉을 맞댄다. 본능과 누적된 경험이 맞물려 위험을 정의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안전 감각’을 갖춘 덕이다.

누구보다 로봇을 사랑한 공학도 신헌섭(37) 씨는 로봇에도 안전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사람과 로봇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로봇 안전 지능 전문 스타트업 세이프틱스를 설립해, 작업 환경의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세이프틱스의 신 대표를 만나 그가 발견한 인간과 로봇의 공존 방법에 대해 들었다.

로봇 안전지능 전문 스타트업 세이프틱스를 설립해 작업 환경의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법을 찾아낸 신헌섭 세이프틱스 대표. /더비비드
◇알파고-이세돌 대국에 놀란 로봇 공학도

세이프틱스는 협동로봇 안전성 분석 및 위험 검증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로봇의 구조와 역학 정보, 충돌 가능 시나리오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힘과 압력을 도출하고 안전성을 평가한다. 비용과 시간이 드는 충돌 실험 없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고, 안전성이 보장되는 로봇의 최대 속도를 계산해 생산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솔루션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로봇 안전지능’이다. 로봇이 사람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힘과 압력을 예측해 스스로 위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은 위험을 정량화해 위험할 때 작동 속도를 낮추고 안전할 때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로봇 스스로 위험도를 인지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다. 세이프틱스는 로봇 안전성 검증 소프트웨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를 앞둔 로봇 안전성 검증 소프트웨어 예시 화면. /세이프틱스

어릴 적부터 로봇을 동경했다. “로봇 축구 동아리를 그린 드라마 ‘카이스트’를 즐겨봤습니다. 그때부터 로봇과 관련된 일을 꿈꿨죠. 처음엔 그저 로봇이 좋았는데, 점점 로봇이 미래 사회의 숙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불확실성의 연속 속에서 ‘로봇이 우리 생활에 깊게 침투할 것’이란 예측은 몇 안 되는 정해진 미래였죠. 발전하는 산업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경희대 기계공학과에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로봇공학을 세부적으로 연구했죠. 2015년, 건축 안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로봇 공학도의 눈에 하나의 신호탄으로 보였다. “알파고 시대 전까지의 로봇은 ‘하드웨어’로 인식됐어요. 알파고는 로봇 지능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죠. 당시 제조 현장에서 협동 로봇이 도입 초기 단계에 있었는데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모교로 돌아가 로봇 공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죠.”

◇펜스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 협동로봇
신 대표는 로봇 공학 외길만 팠다. /더비비드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 주제로 설정하기로 했다.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었다. “로봇은 안전펜스 안에서 사용됩니다. 안전펜스는 사람과 로봇을 물리적으로 분리시켜 안전을 보장하는 간단한 해결책이죠. 그러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울타리를 벗어나,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협동로봇’입니다. 펜스가 없어도 되니 좁은 공간에 둘 수 있어서 제조현장이나 물류창고는 물론 치킨로봇, 피자로봇 등 형태로 푸드테크 업종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펜스가 사라지면서 로봇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 “로봇과 함께 일해야 하는 노동자는 로봇의 존재가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안전 표준에서는 로봇을 펜스 없이 운용하기 위해 ‘비의도적 충돌에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를 로봇 사업주에게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을 개발 중인 세이프틱스 구성원들. /신헌섭 대표 제공

안전 검증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동차 충돌실험처럼 로봇 역시 충돌해도 안전한지 검증을 수행해야 하는데요. 제조사가 검증을 수행해야 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로봇은 사용자가 안전을 검증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움직임이 단순하고 사고 케이스를 정형화시킬 수 있지만, 로봇은 사업장마다 제각기 다른 공구를 부착해 사용 목적에 따라 움직임과 속도가 천차만별이거든요.”

문제는 사용자가 직접 충돌 검증을 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든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충돌 검증을 하기 위해선 자동차 충돌 실험과 유사한 실험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요. 비용과 시간 소모가 굉장히 큽니다. 수없이 많은 시나리오 중 일부만 제한적으로 검증할 뿐인데도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죠. 또한 현장이 상대적으로 좁아 실험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협동로봇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협동로봇의 보급화를 막는 가장 큰 주범이죠.”

◇충돌방지 대신 ‘충돌허용’ 기술이 필요한 이유
가장 가운데에 있는 신헌섭 대표와 세이프틱스 구성원들 모습.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로봇 안전지능’을 구축했다. /신헌섭 대표 제공

기존 검증 실험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기로 했다. 충돌을 전제로 한 실험이 아닌 예측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했다.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드는 실험이 아닌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사람과 로봇 간 충돌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로봇의 움직임을 측정한 모션 데이터와 로봇의 형상정보 등을 받아서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물리량을 계산해서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죠.”

로봇과 인간의 ‘분리’가 아닌 ‘공존’에 방점을 찍었다. “흔히들 ‘센서로 사람을 감지해서 충돌하기 전 로봇을 미리 멈추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안전분야에서는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어서 굉장히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합니다. 사람과 로봇 사이 거리가 약 1.5m~2m 안에 있는 경우 로봇은 대부분 멈춰야 하죠. 이런 분류를 ‘충돌방지’라고 하는데요. 이 분류로는 로봇의 활용성이 떨어집니다. 공간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거리 규정을 적용하면, 대부분 로봇이 상당 시간 멈추고 있어야 합니다. 공간이 좁으니 로봇 옆에는 늘 사람이 있게 되고, 충돌방지 규정에 따라 로봇이 멈추는 거죠. 저희는 ‘충돌허용’이라는 기술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안전표준에서 정한 통증 기준 정도로만 충돌한다면 의도치 않는 충돌에도 충분히 안전하니 공존할 수 있게 되죠. 발상을 전환해 충돌을 허용하면 로봇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로봇의 움직임 데이터만 입력하면 다양한 충돌 시나리오에 대한 위험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한다. /세이프틱스

충돌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관건이었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로봇 안전지능’을 구축했다. “로봇 안전지능이란 로봇이 사람처럼 스스로 위험을 정의하고 제어할 수 있는 지능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춘 안전본능이나 경험에 의한 안전 감각을 로봇이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충돌 시 얼마나 아프고 어떤 상처가 생기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로봇의 속도, 방향, 형상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수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피부 반응이 비슷한 미니피그 등을 실험에 동원해 정교한 이론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2020년 세이프틱스를 창업해, 개발한 기술을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했다. 지금까지 40~50여곳의 기업을 컨설팅했다. “컨설팅 시 충돌 사고 시나리오를 산정하고, 시나리오가 국제 안전 표준에 만족하는지 체크합니다. 만약 위험하다 판단되면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등 최적의 이동 속도까지 알려줍니다. 배터리 관련 기업, 물류기업, 가전기업은 물론 푸드테크 등의 서비스 분야까지 펜스나 센서 없이 저희의 충돌검증을 받고 안전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협동로봇 도입을 앞둔 프랑스 유명 자동차 회사의 의뢰를 받고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충돌 실험은 로봇이 설치되고 난 후에야 안전을 검증할 수 있지만 저희의 예측 기술을 활용하면 가상 환경의 정보만으로도 위험도를 분석할 수 있어서 비용이나 산업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죠.”

◇로봇과의 안전한 공존,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세이프틱스로 안전성을 검증한 사례들. 빨간색이 많으면 충돌 위험 지수가 높다는 뜻인데, 이 사진에서는 안전하다는 뜻의 파랑 계열 색이 훨씬 많다. /세이프틱스

세이프틱스의 솔루션은 산업 현장의 문제를 참신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기관과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서울산업진흥원(SBA)의 R&D 로봇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됐다. R&D 로봇 프로젝트는 로봇 기술사업화 지원 사업으로, 선정 기업은 연간 2억원의 연구 개발 비용을 지원받는다.

“설립 초기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라는 큰 성과를 냈습니다. 네이버D2로부터 투자도 두 번 유치했죠. 지난해 8월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저희 충돌 검증 방식의 안전도 평가 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세이프틱스가 특정 협동 로봇의 안전도를 평가하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이를 인정해 해당 사업장에 ‘협동 로봇 설치 작업장 인증’을 내준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일본과 미국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세이프티디자이너’라는 이름의 로봇 안전지능 소프트웨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12월 중 베타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사용자가 온라인에 로봇의 동작 자료를 입력하면 위험도를 평가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값을 제공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안전 리포트도 자동으로 작성해 주죠. 사용자는 이 보고서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제출해 안전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안전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컨설팅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아낄 수 있습니다.”

로봇이 안전한 동작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곧 공개될 소프트웨어가 보다 많은 사람이 로봇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에요.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안전 관련한 인지 판단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제3자로서 로봇의 충돌이나 안전수준을 분석하고 있지만 로봇에 직접 이식할 수 있는 안전 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사람이 따로 입력 값을 투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힘을 조절하는 로봇이 탄생할 수 있겠죠.”

신 대표의 목표는 로봇 안전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더비비드

기술 창업은 협동로봇을 펜스로부터 꺼내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연구와 기술 개발보다는 저희가 구상한 기술의 유효성을 인정받는 과정이 더욱 어려웠습니다. 무수히 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 자료를 많이 만들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같은 인증 기관의 인정을 받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덕분에 협동로봇에 대한 안전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세계 최초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세이프틱스 덕분에 협동로봇을 (펜스 없이) 협동로봇처럼 쓸 수 있다’는 감동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고요. 지금까지 로봇 관련 기술은 기능 위주로 발전됐고, 안전한 공존을 준비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는데요. 로봇 안전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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