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닫는 즉시 문을 잠그는 도어락 '키인 S' 개발자 구민기 라오나크 대표. /더비비드

2019년 한 남성이 원룸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가해자는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혼자 사는 여성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런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일반적인 디지털 도어락의 특징에 있다. 도어락은 문이 닫히고 잠기기까지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모터가 잠금쇠를 나오게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문을 닫았을 때 ‘띠리릭-’ 소리와 함께 잠금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 틈을 노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디지털도어락 종주국이자 보급률 세계 1위인데, 의외의 보안 허점이 있는 것이다. 라오나크의 구민기(53) 대표는 늘어나는 주거침입 범죄에 주목해 ‘즉시 잠김’ 도어락 ‘키인 S’를 개발했다. 2021년 10월 출시해 별다른 홍보 없이 1만대 가까이 팔렸다. 유명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구 대표를 만나 도어락의 즉시 잠김 기술에 주목한 이유를 들었다.

◇기술 ‘문지기’ 역할 자처한 게이트맨 부사장의 창업 결심

키인 S의 즉시 잠김 기술. /라오나크 제공

키인S는 문을 닫자마자 바로 잠기는 보조키형 디지털 도어락이다. 문이 완전히 잠기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모터를 이용해 잠금쇠를 튀어나오게 하는 기존 도어락 방식과 다르다. 세계에서 처음 모터 구동 방식이 아닌 물리적 방식을 쓴 게 비결이다. 사선으로 디자인한 잠금쇠를 적용했다. 문이 닫히는 방향으로 잠금쇠가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원리를 썼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등록된 스마트폰을 지닌 채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리는 등 첨단 기능을 갖고 있다. 라오나크는 디지털 도어락과 관련해 1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즉시 잠김 기술로 2020년 8월 기술보증기금에서 선정한 프런티어 벤처 기업 명단에 올랐다. 온라인몰(bit.ly/3sHwXWM)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중이다.

게이트맨 재직 시절 출장을 자주 다녔던 구 대표. /구민기 대표 제공

구민기 대표는 1994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시 공부를 하다 학교 선배의 제안으로 IT 회사에 첫발을 들였다. “기업에 서버 시스템을 판매하는 B2B 영업직이었습니다. 답답했던 수험생 생활을 청산하고 일을 시작하니 즐거웠어요.”

디지털 도어락과 인연을 맺은 건 2004년이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도어락 ‘게이트맨’을 만든 ‘아이레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당시 디지털 도어락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이레보의 사업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어요. 마침 아이레보가 사내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려 해서, 제가 팀장으로 스카웃됐습니다.”

이후 사업개발팀으로 옮기면서 디지털 도어락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쌓아갔다. “전국 열쇠점을 다 돌았어요. 직접 가본 곳만 200곳 정도 됩니다. 홈쇼핑으로 도어락을 한 시간 동안 4000개까지 팔아봤죠. 부사장까지 올라 사업 총괄을 했습니다.”

구 대표가 창업한 '라오나크'로 같이 이직한 직원들. /라오나크 제공

아이레보는 2007년 스웨덴의 ‘아사아블로이’라는 잠금장치·출입문 기술 전문 기업에 인수됐다. “처음에는 아이레보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 경영이나 기술 개발에 간섭하지 않았는데요. 2015년 국내 디지털 도어락 보급률이 80%가 넘어 포화 상태가 되자 태도가 달라졌어요. 수출 제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원가 경쟁에만 집중하게 된 거죠. 신제품 기획이나 투자는 중단하고, 아이레보가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만 빼내려 했습니다.”

회의를 느낀 구 대표는 2020년 2월 퇴사해 디지털 도어락 전문 기업 라오나크를 창업했다. 그와 의견을 같이 한 아이레보의 핵심멤버 13명이 그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사비와 자산운용사의 투자금 11억원으로 창업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사업이라 특허 기술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술 개발에 큰 돈을 들여 적극 투자했습니다.”

◇즉시 잠김 기술로 보안성 강화한 ‘키인 S’

키인 S 도어락. 아연 소재의 본체와 니켈 도금으로 내구성을 확보했다. /라오나크 제공

창업 초기 1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자본금을 소진할 때쯤,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즉시 잠김’ 기술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가 2019년 5월에 있었던 신림동 주거침입 미수사건이었어요. 도어락이 잠기는 틈을 타 문을 열려는 범인의 모습이 CCTV에 그대로 담겼죠. 그 이후 도어락 업체들이 하나같이 문이 바로 잠기는 도어락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업체들이 도전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잠금쇠 모터의 구동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뿐이었다. 잠금쇠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시간을 단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 도어락과 차별성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접근을 달리해야 했어요. 잠금쇠 모양 자체를 다시 개발했죠. 우선 잠금쇠를 외부에 드러냈어요. 대신 모양을 경사지게 깎아 문이 닫힘과 동시에 잠금쇠가 도어락의 스트라이크(현관문이 닫혔을 때 잠금쇠가 들어가 있는 문틀 측면 부분) 부분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문이 잠기는 시간이 0.1초도 걸리지 않더라고요. 이 잠금쇠 부분을 설계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렸습니다.”

키인 S와 플러스 핑거가 부착된 현관문. /라오나크 제공

도어락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금형비, 특허 출원 과정에 대부분의 자본금을 썼다. 2021년 10월 시장 출시에 성공했다.

키인 S 사용법은 일반 디지털 도어락과 같다.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카드를 접촉해 출입할 수 있다. 별도의 지문 인식 액세서리를 추가하면 지문 인식 출입도 된다.

앱을 이용해 도어락을 제어할 수도 있다. “도어락도 가전 제품의 일종으로 생각했어요. 요즘 가전은 대부분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능이 탑재돼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제어할 수 있잖아요. 도어락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한 겁니다.”

구민기 대표와 구 대표가 개발한 즉시 잠김 도어락 '키인 S'. /더비비드

스마트폰으로 문을 여는 스마트 오픈 기능, 출입 기록 알림 등의 기능이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등록된 스마트폰을 지닌 채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리는 등 첨단 기능을 갖고 있다. “보안을 위해 블루투스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도어락을 연결합니다.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임시 비밀번호 발급 기능도 있다. “집을 비웠을 때 부동산 중개인이 집을 보러 오거나, 친구가 방문하는 등 불가피하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다시 바꾸기를 반복하는 게 번거롭죠. 앱으로 ‘임시 게스트 키’를 발급해서 특정 요일, 시간에만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휴대폰으로 키인 S 도어락을 제어하는 모습. /더비비드

도어락 키인 S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형 제품도 제작했다. 지문으로 문을 열 수 있는 ‘플러스 핑거’다.

소재도 사용감을 고려해 선택했다. 도어락은 손으로 자주 만지기 때문에 금방 닳는다. 보통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에 작은 외부 충격에도 고장 나기 쉽다. “도어락이 망가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키인 S 본체는 아연으로 만들고 니켈로 도금했어요. 잘 부서지지 않고 스크래치도 덜 생기죠. 비밀번호도 터치 방식으로 입력하기 때문에 버튼 닳을 일이 없어요.” 온라인몰(bit.ly/3sHwXWM)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중이다.

◇세계 시장 1위 기업 목표

키인 S 제품의 구조를 설명하는 구 대표의 모습. /더비비드

홍보와 마케팅에 큰돈을 들일 수 없었지만 혼자 사는 여성이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초기 생산한 1만대의 제품이 모두 동났다. 추가 제작하는 도어락 1000대는 올해 상반기 새로 입주하는 유명 건설사 아파트의 현관 도어락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바로 잠금 도어락’으로 국내 잠금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게 목표다. 이미 대만에서 키인 S로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어요. 도어락 설치가 가능한 현관문 형태를 기준으로 전 세계 디지털 도어락 보급률은 2% 수준입니다. 해외는 아직 열쇠 방식이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시장 성장세는 빨라요. 2024년 1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죠. 수출을 통해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고 국내에는 고성능 도어락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싶습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금전적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라오나크도 수익을 내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했어요. 금전적인 이유로 개발 단계에서 사업을 접는 분들도 많은데요. 정부나 투자사의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지금 당장 수익 창출이 힘들어도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많더군요. 시작하기 전에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아이디어는 뚜렷한데 주저하는 이유가 금전적인 문제라면, 일단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