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팀 아이디어 회의 모습. /본인 제공

여성들은 헤어 스타일링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머리를 펴고 싶을 땐 매직기를, 웨이브를 넣고 싶을 때는 고데기를 사용하는 등 헤어 스타일링 기기가 여러 대 필요하다.

기기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멀티 스타일러가 열풍이다. 하지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랩투엘브(lab12)의 ‘멀티 볼륨 스타일러’는 몇 만원 가격에 기능을 모두 챙긴 제품이다. 김정욱(43) 대표의 멀티 볼륨 스타일러 개발 노트를 엿봤다.

◇유명 기업 제품 못지 않은 멀티 헤어 스타일러

랩투엘브 멀티스타일러 /랩투엘브

멀티 볼륨 스타일러는 하나의 본체로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본체 하나에 7종의 헤드를 적용할 수 있다. 컬을 넣거나 펴고 싶을 때는 매직기나 4mm고데기 헤드를, 뿌리 볼륨을 살릴 목적이라면 각 32mm, 40mm 원형 롤브러쉬 2종으로 교체하면 된다.

유명 브랜드의 멀티 스타일러처럼 본체 기기에 헤드를 용도별로 갈아끼우며 쓰는 제품이다. 92도 가량의 열과 따뜻한 바람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고데기보다 열판 온도가 낮아도 따뜻한 바람을 활용해 헤어 스타일을 고정한다. 온라인몰(https://bit.ly/3zHkXGx)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31살에 발견한 암

홈쇼핑 벤더사 MD로 일하던 시절. /본인 제공

2002년 가천길대학 창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홈쇼핑 벤더사 MD(상품기획자)로 입사했다. 홈쇼핑에 화장품 판매를 제안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새 상품의 매력 포인트를 잡아 홈쇼핑에 소개하는 데 큰 흥미를 느꼈다.

여러 회사를 옮겨 가며 MD 일을 계속했다. 6년 간 쉴새없이 일에 매진했지만 갑작스레 쉬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31살에 비인두암 3기 말 진단을 받은 것이다.

-암은 어떻게 발견하게 됐나요.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가 제 목에 딱딱한 뭔가 보인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큰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암이었어요. 병명이 생소해서 알아보니 생존 확률이 13%라고 했어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그래도 제가 살면, 저에겐 생존 확률 100% 암인 셈이잖아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으며 6개월간 항암 치료를 받았어요.”

-치료를 끝내고 휴식기를 가졌나요.

“치료 후 한달 뒤 바로 회사에 복귀했어요. 경제 형편상 더 쉴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집에서 회사까지 한시간 걸리는 거리를 3시간 걸려 도착했어요. 지하철에서 서서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잠깐 내려 앉아서 쉬다 다시 지하철 타다 그랬죠. 그렇게 지독하게 아파보니 문득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간간히 사업을 시도한 적은 있는데, 잘 안됐었거든요. 그후 회사 좋은 일만 해왔는데 이제는 진짜 내 일을 해야할 때란 생각이 들더군요.”

◇육아 후 본인 관리에 소홀한 아내보며 ‘멀티 볼륨 스타일러’ 개발 착수

랩투엘브 사용 모습 /랩투엘브

2016년 랩투엘브 라는 개인 사업자를 내고 홈쇼핑에서 헤어 컬 볼륨 크림 판매를 시작했다. 성과가 괜찮았다.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2018년 문인터내셔널 법인을 설립하고, 신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6개월간 중국 시장을 탐색했다. 이후 가전, 식료품 등 다양한 제품군 판매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답은 집에 있었다. 4살배기 된 아들을 육아하느라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아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내를 보고 떠올린 게 뭔가요.

“아내가 아들을 낳고 돌보느라 본인 관리에 소홀해졌더라고요. 평소 화장 안하는 건 물론이고 헤어 드라이어조차 쓰지 않고 있더라고요. 뒤늦게 알고 미안했어요. 그나마 피부 관리용 화장품은 갖고 있었지만 헤어 관련 제품은 아예 없었어요. 당시 고가 브랜드의 헤어 스타일러가 인기 많은 걸 보고 아내를 위한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어요.”

1. 샘플링 분석 및 제조 공장 컨택하기(2019년 9월~)

랩투엘브 김정욱 대표. /더비비드

기존 제품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면 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판단하기 위해 시중의 멀티 드라이어 제품들의 상태부터 파악했다. 제조 공장도 알아봤다. 공장과 생산 계약을 맺고 제품 개발에 착수하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시장 조사를 해봤더니 어떻던가요.

“개인의 머리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온 가족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방향성을 갖고 제품을 바라보니 분석이 수월했어요. 중국산 제품 수십개를 구매해 뜯어봤는데, 오래 된 제품이 많더라고요. 기능이나 성능면에서 요즘 것보다 한참 뒤떨어졌죠. 어떤 제품은 구성에 매직기와 고데기가 없었어요. 긴 머리를 가진 사람은 웨이브를 연출할 수 없으니 보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고데기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죠.  머리를 펴면서 말릴 수 있도록 빗이 달린 헤드를 구성에 넣었어요.”

-제조 공장은 어떻게 찾았나요.

“인터넷 검색으로 드라이어 전문 제조 공장을 물색했어요. 사출, 금형, 양산을 한번에 하는 중국 OEM(주문자위탁생산) 공장을 찾았죠.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어요. 해당 공장은 헤드를 연결하는 부분의 열판이 엄청 뜨거운 기술적 한계가 있었거든요. 소비자가 헤드를 교체하다가 손을 다칠 위험이 있었어요. 게다가 전기 출력이 700와트밖에 되지 않아서 머리에 열 전도가 잘 되지 않았어요. 고정력이 떨어졌죠. 1000와트까지 높여야 했지만 그 공장은 그럴만한 기술력이 없었어요. 결국 공장을 다시 찾아 나섰죠. 두 번 만에 현재의 공장을 찾아냈습니다.”

2. 안전성 검증 및 소비자 편의성 고려(2020년 7월 말~)

김 대표의 아이디어 노트. /본인 제공

본체 개발이 끝난 후부터 제품 안정성 검사를 시작했다. 열로 작동되는 만큼 안전한 사용감이 중요했다. 제품의 최고 온도가 92도를 넘지 않게 했다. 제품 헤드를 교체할 때, 혹시 뜨겁게 느껴질 이용자를 위해 장갑도 제작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 안전 인증 마크도 받았다. 전기 안전, 전자파 적합 제품으로 인증 받고 중금속 불검출 검사까지 완료했다.

-92도가 기준이 된 이유는요.

“첫째는 안전 문제 때문이에요. 시중 고데기 제품은 200도까지도 발열되지만, 저희 제품은 헤드를 교체할 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손을 데일 위험이 있어요. 그리고 열판의 온도로만 헤어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온도가 높을 필요가 없어요. 열에 바람이 더해지면 웬만한 고데기만큼 고정력이 좋아져요.”

KC 안전 인증서. /본인 제공

-장갑의 형태와 용도도 궁금합니다.

“손가락이 분리되지 않는 검은색의 손모아장갑이에요. 열에 닿아도 잘 녹지 않는 재질인 레이온과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었죠. 본체를 만들고 난 후 소비자가 무엇을 가장 필요로할까 고민한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입니다. 장갑을 착용하면 화상 위험 없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죠.

-KC 인증은 어떤 방법으로 받나요.

“전기가 안전한지 전자파는 적합한지 공인 시험 기관에서 인증을 받는 건데요. 서류 제출을 통한 행정 절차로 이뤄집니다. 중국 공장에서 제작 기술과 관련한 서류를 받고 대행사를 통해 KC 안전 인증을 신청했죠. 저희와 협력한 중국 공장이 이미 KC 인증을 받은 적이 있어서, 수월하게 이 과정을 거쳤습니다.”

3. 타깃고객 눈높이에 맞춘 판매 전략(2021년 11월~)

랩투엘브 사용 모습 /랩투엘브

처음에 타깃 연령을 높게 잡고 홈쇼핑 판매부터 시작했다. 예상외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잘못된 타깃 설정이 문제였다. 전략을 수정해 보다 젊은 세대로 타깃을 변경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집행했다.

2020년 11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뷰티 카테고리에서 호응을 얻자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의까지 받았다. 국내와 일본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제휴 제안도 쇄도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몰(https://bit.ly/3zHkXGx)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청년층으로 타깃을 변경한 이유는요. 새 전략은 통했나요.

“기기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데다 가격이 저렴해 MZ세대에게 더 적합한 제품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타깃층을 바꾼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판매 기간이 짧아 굵직한 성과를 도출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성공 가능성을 엿봤거든요.”

랩투엘브 멀티 볼륨 스타일러 /랩투엘브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제대로 성과를 노릴 수 있는 시점은 올해 봄부터라고 생각해요. 야외 일정이 증가하는 봄 시즌에 스타일링 기기 수요가 증가하니 그때를 노리고 있어요. 제품 홍보를 돕는 블로그 인플루언서 수를 늘리면서 계속 광고할 생각이에요. 홍보 채널도 확장해 인스타그램 등으로 넓혀갈 예정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좋은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아요. 곁에 있는 아내를 보며 드라이어를 떠올린 것처럼 평소에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고, 좋은 것들은 꼭 메모하세요. 저는 10년 넘게 아이디어 노트를 작성해 왔어요. 생각나는 것들은 모조리 노트에 적었죠. 처음엔 별 것 아닌 생각도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인지 판단할 땐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가’를 꼭 따져보고요.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개발할 가치가 있는 거예요.”

김정욱 랩투엘브 대표 주요 경력

-1978년생, 2002년 가천길대학 창업경영학과 입학

-2003년 홈쇼핑 벤더사 MD로 입사

-2005년 온라인 쇼핑몰 MD로 입사

-2008년 스킨79 화장품 회사 입사, 비인두암 진단

-2012년 TV 홈쇼핑 벤더사 입사

-2016년 랩투엘브 개인 사업자 등록

-2018년 문인터내셔널 법인 설립

-2019년 멀티 볼륨 스타일러 개발 착수

-2021년 멸티 볼륨 스타일러 판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