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박스 원재료인 골판지 원지 재고가 올 들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지 공장 두 곳의 연이은 가동 차질에 이란 사태로 인한 부자재 가격 급등까지 겹친 탓이다. 비닐·플라스틱 포장재에 이어 종이 박스 공급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5일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골판지 원지 재고는 올 1월 15만2760t으로, 전년 동기(25만8527t)보다 40% 감소했다. 연합회는 2월 재고를 15만t, 3월 재고를 12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년 평균 재고(약 24만t)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골판지 원지는 박스 제조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재고 급감의 직접 원인은 주요 원지 공장의 가동 중단이다. 국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5%(연간 25만t)를 담당하는 한국수출포장공업 경기 오산 공장에서 지난 2월 화재가 발생했다. 업계는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아세아제지 측은 “안전 점검 및 보완 조치 후 재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은 하루 1800여t의 원지를 생산해왔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촉발된 나프타 쇼크는 부자재 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쇄용 잉크(22%), 접착제인 포리졸(55%), 포장용 PP밴드·랩(20%, 이상 전쟁 발발 이후 인상률) 등이 줄줄이 올랐고, 일부 품목은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유값도 크게 뛰며 물류비 부담까지 가중됐다.
농산물 출하와 이커머스 물동량이 집중되는 시기가 시작됐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골판지 최대 성수기는 이달부터 추석이 있는 9월까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선제적 물량 확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고 고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지 수급난은 중소 박스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박스 가격 인상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