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제조업계에서 여성 오너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농기계 제조기업 TYM의 김소원 대표와 김현정 삼화페인트(현 SP삼화) 대표, 종합 제지기업 깨끗한나라 최현수 회장이다.
이들은 ‘중견 제조업 여성 리더 3인방’으로 불리며 디지털 전환, 첨단 신소재, 헬스케어 강화 등 각자의 전략을 앞세워 부친이 이어온 기존 제조업의 틀을 넘어 사업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 흔드는 여성 오너 3세 리더십
TYM은 지난 1일 김소원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대표이사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TYM은 지난해 매출 9300억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 농기계 제조 중견기업으로, 김 대표는 창사 이래 첫 여성 CEO다.
김 대표는 김희용 TYM 회장의 장녀로, 벽산그룹 창업주 고 김인득 명예회장의 손녀다. TYM은 2004년 벽산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2005년 입사한 김 대표는 약 20년간 홍보, 경영지원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해 왔다. 특히 디지털 전환(DX)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과 텔레매틱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며 ICT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TYM을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SDV)’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단순 농기계 제조를 넘어 AI,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 설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연 매출 6200억원 규모의 SP삼화는 지난 1월 김현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SP삼화 공동창업자인 고 김복규 회장의 손녀다. 지난해 12월 부친 김장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회사 경영을 맡았다. 지분도 상속받아 최대주주(25.8%)에 올랐다. 김 대표는 공인회계사(CPA)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SP삼화 입사 이후 해외 전략과 재무를 총괄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사명을 ‘페인트’라는 글자를 뺀 ‘SP 삼화’로 변경하며 사업 정체성 전환에 나섰다. 핵심 전략은 첨단 신소재 사업 확대다. 기존 도료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태양광 및 해상 플랜트용 에너지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최현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고 최화식 창업주, 최병민 명예회장에 이은 오너 3세 경영인으로, 지난해 12월 회장에 취임했다. 최 회장은 생활용품사업본부장, 총괄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친환경 제품 개발과 자원 순환 생산 체계를 도입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헬스케어 기기와 미용기기 유통·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제조 중심 기업에서 생활·소재·자원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매출 5082억원, 영업손실 226억원을 기록한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실적 반등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남동생이 최대주주…승계 구도 변수
세 여성 오너 경영인 모두 남동생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 승계 구도는 변수로 꼽힌다. 김소원 대표는 친동생 김식 TYM 부사장이 있다. TYM 지분율을 보면, 김식 부사장이 22.09%로 최대주주이고, 김 대표는 4.46% 수준이다.
최현수 회장 역시 남동생이 있다. 최정규 깨끗한나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COO는 깨끗한나라 지분 16.1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최 회장의 지분율은 7.70%다. 김현정 대표는 남동생이 있지만 SP삼화 지분이 없고, 회사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명의 여성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승계 구조는 지분 구조와 경영 성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