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정제 입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고물가·고유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 사이에서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 플라스틱 제조업은 물론 외식업에서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근로자 사이에서도 입장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만큼 정교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뉴스1

2일 소상공인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다음 달 1일 노동절에 맞춰 근로자 추정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계는 전날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에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건비 상승과 각종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하면 영세 사업장의 경영 압박이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근로자 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입법이 완료되면 사업주가 입증 책임을 진다.

배달 업계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업은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 시 배달 대행사는 라이더 근로자성 인정에 따라 인건비와 4대 보험, 각종 수당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라이더는 근로자로 분류될 경우 근무 시간 관리나 배차 방식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생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졌는데, 일하는 시간이 줄어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배달 라이더는 “지금은 원하는 날 일하고 더 벌고 싶으면 오래 일하면 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환경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며 “기름값도 많이 오른 마당에 일하는 시간마저 줄면 소득이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포장재 판매 점포를 찾은 한 시민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포장재·플라스틱 제조 업계도 부담이 겹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 가격 상승과 원료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과 포장재 업계 전반에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여기에 근로자추정제로 물류·운송 인건비 상승과 외주 인력 구조 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추가로 반영될 여지도 있다. 비용 상승 압력은 포장재를 구매하는 소상공인에게도 전가된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자고 나면 포장재값이 올라 있어 무섭다’는 말이 요즘 소상공인 현장의 아우성”이라며 “포장용기 값이 40% 넘게 치솟고, 사재기로도 구하기 힘들어 소상공인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을 위해 근로자 추정제 도입 필요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만 고물가·고유가 등 외부 변수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졌고,근로자 사이에서도 실익에 따라 입장이 달라 제도 도입 시기와 방식은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관계자는 “850만명이 근로기준법 밖에 머물고 있어 입법 자체는 의미가 크다”며 “구체성 보완과 소상공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