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중소기업에 본격 도입된 2020년 이후 부업을 하는 직장인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초과 근무 수당 등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둔화로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투잡’을 선택하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소기업 임금근로자의 일시휴직 및 부업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부업을 하는 임금 근로자는 2020년 27만7000명에서 2025년 37만9000명으로 5년 사이 37.1%(10만2000명) 늘었다. 중소기업 임금 근로자 대비 부업자 비중도 같은 기간 1.57%에서 2%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100명 중 2명은 ‘투잡’을 뛰고 있다는 뜻이다.
주 52시간제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됐는데, 중소기업 비중이 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적용됐다. 이후 5~49인 사업장(2021년), 5~29인 소기업(2023년)으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근로시간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중소기업 임금 근로자의 경우 주된 일 외에 추가로 일하는 시간이 주 평균 10시간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기 소재 장비업체 대표는 “잔업에 주말 근무까지 하면 월급이 1.5~2배는 돼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엔 생계형으로 대리운전을 뛰는 숙련공이 꽤 있다”고 했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직 근로자일수록 부업 참여 비중이 높았다. 중소기업 부업자 가운데 42.4%는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임시직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부업자(21.8%)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부업 비중도 높았다.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부업자의 임시직 비중이 53.5%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 대비 낮고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추가 소득을 위한 부업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업을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가운데 50세 이상 비중이 53.7%로 절반을 넘었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부업 수요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부업 증가가 단순한 ‘투잡 트렌드’라기보다 노동시장 구조 문제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임금 수준이 낮고 임시직 비중도 높다 보니 부업 참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전제로 한 정규직 전환 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가 근무가 필요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의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노사 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