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국회 본회의장. 성격이 전혀 다른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삼익전자공업의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장소라는 것이다. 1969년 창업한 이 회사는 불모지 같았던 국내 전광판 산업에서 쟁쟁한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시장을 개척, 명실상부한 ‘전광판 전문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인천 부평구 삼익전자 공장에선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설치할 보조 전광판용 발광다이오드(LED) 모듈 생산이 한창이었다. 아파트 세 개 층(9m) 높이에, 가로 24m의 거대한 전광판에는 정사각형 모양(가로·세로 30㎝)의 모듈 2400개가 들어간다. 잠실 주경기장은 1984년 주(主)전광판 설치부터 두 차례에 걸친 개·보수까지 모두 맡긴 삼익전자의 ‘단골’이다. 이 전광판으로 서울 아시안게임(1986년)과 서울올림픽(1988년)을 모두 치렀다. 40여 년 만에 보조 전광판을 추가 주문한 것은 인근 잠실야구장이 문을 닫고 돔 구장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올림픽 주경기장은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대체 구장으로 활용된다.
이재환(84) 삼익전자공업 창업자 겸 대표는 “새 전광판은 멀리서도 선수 움직임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고해상도와 밝기를 구현하면서도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력도 절반밖에 안 든다”며 “한 번 거래한 고객도 다시 찾게 만드는 기술력이 바로 57년을 버틴 비결”이라고 했다.
국내 전광판 업계 최고(最古) 기업인 삼익전자의 발자취는 한국 전광판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70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 국내 최초의 전광판을 설치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회에서도 삼익전자 제품은 묵묵히 빛을 발했다. 현재 전국 프로야구단 10곳 중 7곳이 삼익 전광판을 쓰고 있고, 영국 맨체스터시티 에티하드 스타디움 등 해외 고객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디지털 옥외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서울 광화문, 올림픽대로 등지에서도 초대형 계약을 수주했다. 이 대표는 “모듈 설계와 제작부터 화면 구동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 설치까지 모든 공정을 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란 자부심이 있다”며 “그 덕분에 고장이 나도 한 시간 내에 바로 수리를 마쳐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삼익전자공업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선정한 ‘2025년 명문장수기업 혁신성장 유공’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업력 45년 이상의 모범 기업에 부여하는 ‘명문장수기업’으로 2018년 선정됐는데, 이후로도 끊임없이 성장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다.
이 대표는 “전광판은 단순한 광고판을 넘어 뉴스, 콘텐츠 등을 송출하는 도시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전광판 산업을 선도하는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