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규모 10조원에 달하는 상조업계가 ‘멤버십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회원과의 접점을 일상으로 확장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요금·상품 차별화가 제한적인 통신사 시장과 유사한 상조업계 역시 멤버십으로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러스트=Chat GPT

16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보람그룹은 신규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분석 등 멤버십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작업을 앞두고 있다. 멤버십 혜택 확장을 위한 외부 기업과의 제휴는 물론 가입·활성도 데이터를 세분화해 수익 구조를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멤버십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 모델과 차별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조업계는 과거 선수금 규모로 경쟁을 벌였다. 선수금 규모가 기업 신뢰를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선수금 규모는 10조원으로 웅진프리드라이프(선수금 2조6221억원)가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보람그룹(보람상조개발·라이프·리더스·피플·애니콜·실로암·플러스)의 선수금은 1조5676억원, 교원라이프는 1조490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선수금 확장에 한계에 달하자 상조 회사들은 ‘전환 서비스’를 내세웠다. 전환 서비스는 적립한 선수금으로 장례가 아닌 여행이나 웨딩 등 다른 서비스로 대체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상조 회사는 노인뿐 아니라 젊은 고객층도 활용할 수 있는 전환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가입할 사람은 다 가입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멤버십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환 서비스가 상조 납입금을 사용한다면 멤버십은 회원 자격만으로 가입 즉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래픽=정서희

멤버십 서비스로 장례 이전부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보람그룹은 업계 최초로 주차 전문 기업 하이파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보람그룹 고객이라면 전국 1400여 개 하이파킹 직영·제휴 주차장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세차와 공항 발렛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법률·세무·회계 등 관련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회원 사이에서는 ‘한화리조트 우대 서비스’가 가장 인기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회원 가입일로부터 5년간 매년 주중·비수기 기간에 선착순으로 전국 한화리조트 시설을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제휴 건강검진 전문센터에서는 우대 가격으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주·이사청소·가전제품 클리닝 등 ‘홈케어서비스’도 회원 우대 가격으로 제공된다.

상조업계는 멤버십 서비스가 고객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전략’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휴 할인·리워드 등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고객의 이용 빈도를 높이고, 계약 유지 동기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차별성이 제한된 시장에서는 멤버십을 통한 회원 관리가 없으면 이탈하는 사람도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멤버십 서비스 초기에 제휴 기업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회원들의 서비스 이용 빈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질적 고도화를 이뤄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회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혜택을 정교화하지 않으면 비용만 늘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장례 이전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을수록 계약 유지율과 브랜드 충성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