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신임 이사장이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형 마트 새벽 배송’ 허용과 관련해 “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11일 말했다. 인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소진공 이사장에 임명돼 3년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인 이사장은 이날 대형 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것이 자칫 소상공인들에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책이란 게 항상 자기 의도는 있는데 결과물이 엉뚱하게 나올 수 있다”며 “쿠팡의 독과점을 막겠다고 하는데 대기업(대형 마트)의 독과점도 만만치 않다. 이 둘이 경쟁을 하게 만들어 놓으면 자영업자들이 중간에서 (등이) 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가 우습게 보여도 생존과 관련된 문제다 보니 현장에서 파악하는 안목이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인 이사장은 현재 소상공인 상황이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자영업비서관을 맡았을 때보다 좋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시장이 굉장히 큰 규모로 자리 잡으면서 소상공인의 피해 수준도 상당히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푼다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 자영업 시장의 사회적 가치를 명확히 계량하겠다는 목표도 언급됐다. 그는 “자영업 시장의 가치는 단순히 경제적 효용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도 있다”며 그 예로 상권이 가져다주는 치안 효과를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 중 저녁에도 여성이 혼자 다닐 수 있는 우수한 치안이 있는데 여기에 상권에서 만들어내는 빛과 수많은 눈(目)이 감시자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인 이사장은 “자영업은 마치 늪과 뻘밭같이 쓸모없어 보여도 꼭 필요한 존재”라며 “이러한 자영업 시장의 사회적 가치를 소진공 연구소에서 제대로 계량화해 일종의 연구 ‘바이블’로 만들겠다는 것이 내 야망”이라고 했다.
인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통합론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둘을 통합하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온누리상품권 자체가 가진 특징적인 게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인 이사장은 2024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당 민생연석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지역화폐 발행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