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대관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씨는 최근 변호사를 만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사라지는 ‘먹튀’ 상담을 진행했다. 채씨가 운영하는 곳은 장소 대관비를 안 받는 대신 케이크와 음료 등을 판매하고, 행사가 끝나면 비용을 정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 손님이 행사 후 참석 인원보다 음식이 많았다며 일부 비용 지급을 거부했다. 사전에 협의한 수량보다 실제 참석 인원이 적어 손대지 않은 케이크와 음료는 결제하지 못하겠다며 잠적했다. 채씨는 “액수가 수십만원이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철거한 고생을 생각하면 끝까지 돈을 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Chat GPT

음식점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먹튀’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예약 후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는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지만, ‘먹튀’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증거를 확보해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을 투입해야 해서 소상공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무전취식·무임승차 등 대금 미지급 행위 관련 112 신고는 7만7547건으로, 연말까지 합산하면 종전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2024년은 12만9894건이 신고됐다.

노쇼와 먹튀는 소상공인들이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대표적인 문제다. 노쇼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말 소상공인 불공정거래 피해상담센터의 상담 범위를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쇼 피해까지 확대, 법률 상담을 올해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노쇼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해 피해 발생 추이와 업종별 특성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노쇼와 달리 먹튀 피해는 별도 예방·구제 제도가 없어 소상공인이 개인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형사 고소를 진행해 피의자의 고의성이 입증되거나 상습범으로 결론 나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수배가 내려지는 등 수사가 지지부진한 일도 많다. 이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는 그대로 종결된다.

카페를 운영하다 먹튀 피해를 당한 정모씨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불송치’로 수사 결론이 났으나 민사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인정됐지만 돈을 주지 않아 추심을 진행해 주변 가족에게 상환을 요구했다”며 “가족들도 변제할 여유가 없다고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정 금액 이하의 채권에 대해서는 간이 절차를 통한 신속한 추심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반복적인 먹튀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개인 간 분쟁이라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내버려두고 법적 다툼만 벌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실태 파악부터 주기적으로 진행해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금액과 관계없이 법적 책임이 끝까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채은 매일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단순 착오라도 즉시 변제하지 않으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소액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슬아 법무법인 대진 변호사는 “처벌과 별개로 민사소송에서 대금 지급 판결이 내려지면 장기 채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급여가 압류되거나 통장을 개설 시 예금이 추심 대상이 된다”며 “사회 생활을 하는 내내 민사 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