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장에 주력해 온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가 수익성 증명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전 세계 1200개 매장이라는 양적 성장을 달성했으나, 재무적 내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으로 수백억 원대 누적 결손금이 발생했고, 주요 해외 법인의 자산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실질적인 이익 창출 여부가 향후 기업 가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피자 태국 매장 전경./고피자 제공

1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고피자는 2024년 말 기준 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에 대해 각각 78억원, 31억원, 11억원 등 총 12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회계상 ‘손상차손’은 투자한 자산의 미래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비용으로 털어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싱가포르 법인은 자산 가치의 93%가 증발했다. 사실상 현지 사업이 투자 원금조차 건지기 힘들 정도라는 의미다. 무리한 글로벌 확장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래픽=정서희

◇ ‘시스템 매출’ 착시… 진짜 성적표는 ‘영업손실 200억’

고피자는 임재원 대표가 2017년 홀로 저렴하게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로 창업했다. 국내 시장에 안착한 뒤 2019년 인도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로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열었다. 국내외 매장 수는 1200개에 이른다.

고피자 측은 “본사와 가맹점 총 판매액인 ‘시스템 매출’이 500억원을 달성했다”며 성장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내실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부적절하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4년 말 기준 1200개 매장 중 80%(960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고, 20%만 직영점이다.

실제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감사보고서상 매출(2024년 기준)은 199억원에 불과하다. 시스템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누적된 영업손실만 약 2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70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은 2024년 112억원 규모로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보다 까먹은 돈이 훨씬 많아 쌓인 미처리 결손금(누적 적자)은 366억원으로 집계됐다.

◇ 600억 투자유치...VC 투자회수 위한 수익성 증명 과제

고피자는 “최근 한국과 인도 법인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냉정히 따져봐야 할 지표다.

푸드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고피자는 고가의 자동화 오븐과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설비 감가상각비와 이자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EBITDA 지표만으로는 회사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각종 비용을 모두 제하고 나면 여전히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고피자는 그동안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태국 CP그룹 등으로부터 약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피자를 단순한 피자 가게가 아닌 푸드테크 기업으로 분류해서다.

그러나 현재 고피자의 형태는 전형적인 프랜차이즈에 가깝다. 가맹점 비중이 80%에 달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도우나 소스 등 원재료 매출이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업계는 통상 투자 후 5~7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기대한다. 올해가 고피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실질적인 성과 증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누적 손실과 해외 사업 가치 하락은 고피자가 기업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재무적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확장이 아니라 투입한 자본으로 언제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시기”라며 “누적 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IPO나 인수·합병(M&A) 국면에서는 수익성 검증 여부가 기업 가치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작년 말 기준 직영점 매출이 50%로 늘어 수익성 위주로 재편된 상황”며 “2024년과 지난해 국내외 법인 매출을 더하면 300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맹점 매출은 20% 수준으로 나머지 30% 매출은 대기업 파트너십 및 솔루션 판매로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