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유호준 경기도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스파크플러스 회의실에서 국내 생리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박성원 조선일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약 39% 비싸다”며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지적하면서, 생리대 가격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리대는 여성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달 사용하는 대표적인 생필품이지만,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유통 구조를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는 지난 2일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생리대 제조 스타트업 ‘해피문데이’의 김도진 대표, 그리고 ‘경기도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 개정을 추진한 유호준 경기도의원을 만나 국내 생리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봤다.

전문가들은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등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과점 구조와, 약 40~50%에 달하는 유통 마진이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이나 정기 구독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공공 또는 대안적 유통 채널을 확대해 시장 경쟁을 회복하고 가격 인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지적하며 “기본적인 품질의 생리대를 위탁 생산해 무상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국내 생리대 가격을 해외 수준과 비교하면.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이하 김도진) “국내 생리대 가격을 해외와 단순 비교해 ‘무조건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 시장에는 이미 저가·중가·고가·프리미엄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형성돼 있다. 중형 생리대를 기준으로 보면 개당 가격은 저가 제품이 100~300원, 중가 400~600원, 고가 600~800원, 프리미엄 제품은 1000원 수준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쌈’은 가격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생리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고가 이상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영향을 미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이하 최철) “생필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싸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리대는 쓰지 않아도 되는 소비재가 아니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품목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합리적 가격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생필품 치고는 부담스럽다고 인식할 여지가 크다.”

그래픽=손민균

―생리대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최철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징을 봐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위생과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고품질 제품을 더 많이 선택한다. 생리대를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내 몸과 건강을 위한 제품’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생리대는 생필품임에도 소비자 관여도가 매우 높고,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구조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격 탄력성이 낮은 시장이다.”

유호준 경기도의원(이하 유호준) “과거 유해 성분 논란 이후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진 부분도 있다. 생리대는 피부에 장시간 접촉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신뢰와 안전이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통 마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도진 “생리대 원가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마케팅 비용과 유통 수수료다. 특히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할수록 비용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대형 유통 채널은 통상 40~50%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소비자가 1000원을 내면 절반 가까이가 유통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가격 인하는 어렵다.”

최철 “생리대는 쓰지 않을 수 없는 생필품이다. 쌀이나 필수 식재료에 50% 유통 마진이 붙는다면 사회적 논란이 됐을 것이다. 생필품인 생리대가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크게 부풀려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픽=손민균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상위 3개 업체가 생리대 시장 80~90%를 점유하는 과점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다.

최철 “생필품 시장에서 소수 기업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시장 실패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가격과 품질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생산자와 유통 모두에서 선택지가 늘어나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유호준 “과거 정유사 과점 구조로 인해 알뜰주유소가 도입됐다. 생리대 시장도 유사하다.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시장 구조를 개선할 방안은.

김도진 “중소·중견 제조사가 일정 물량을 확보할 기회가 생기면 가격 경쟁과 제품 혁신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우선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D2C 모델이나 정기 구독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판매하면 쿠팡, 이마트, 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 채널의 높은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정기 구독 역시 유통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구독까지 유도하기 위한 인지도 확보는 쉽지 않다.”

최철 “과점 구조가 고착되면서 양질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제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가 부족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가격을 안전성과 품질의 신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생리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대상인 ‘의약외품’으로, 기본적인 안전 관리는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단계 나아가 다양한 제품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지도가 낮더라도 품질이 대등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유호준 “더 많은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위해 유통 협상력이 대기업에 집중된 구조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 중소 제조사나 혁신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고도 유통 장벽에 막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통사를 거치지 않거나 마진을 최소화한 대안적 구조를 공공이 일부라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적 이후, 상위 3사가 중저가 제품 확대에 나섰다.

최철 “과점 시장은 전형적인 시장 실패 상황이다. 이런 경우 정부의 시그널은 의미가 있다. 다만 가격 통제처럼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공급 위축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원리가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

김도진 “이번 논의가 단발성 대응이 아니라 가격·유통·제품 경쟁력을 함께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보여주기식 중저가 제품 출시로 끝나선 안된다. 중소·중견 제조사가 일정 물량을 확보할 기회가 생기면 가격 경쟁과 제품 혁신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게 되면 시장 전체의 체력도 함께 올라간다.”

유호준 “생리용품은 이미 20년 넘게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다. 생리대가 선택적 소비재가 아니라 여성에게 필수적인 생필품이라는 점을 정부가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다는 의미다. 여성의 건강과 위생, 기본적인 생활권 보장 차원에서 과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생리대 생산, 유통 구조를 손볼 시점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매대에 생리대 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공공 유통이나 대안적 유통 모델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유호준 “‘경기도주식회사’라는 공공 유통 법인이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경기중소기업연합회 등 여러 지역 경제 단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곳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보다 약 30%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중간 유통 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아 유통 마진이 최소화돼 있기 때문이다. 생리대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이 생산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공 성격의 유통 채널로, 기존 민간 유통 구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철 “공적 유통 채널의 존재 자체가 기존 유통사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한다. 같은 제품을 어떤 채널에서는 1000원, 다른 곳에서는 500~600원에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더 싼 곳을 선택한다. 이는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정부가 소비자 인식 전환과 함께 다양한 제품이 선택지에 놓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도진 “정부 정책 설계 과정에 현장 사업자와 10대·20대 젊은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도 함께 반영됐으면 한다. 그래야 혁신이 이어지고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