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기업 쿠쿠가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인 소비자 집단소송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았다. 법원이 “소송이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쿠쿠 측 주장을 인정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소장을 고쳐서 낼 기회를 받은 만큼, 향후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은 최근 현지 소비자들이 ‘쿠쿠 렌탈 아메리카’와 ‘쿠쿠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쿠쿠 측의 ‘소송 성립 요건 불충족’ 주장을 인정했다.
원고인 소비자들의 소장이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소비자들에게 소장을 고쳐 다시 제출할 기회를 주고, 향후 절차를 통해 사건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쿠쿠 렌탈 아메리카와 쿠쿠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는 쿠쿠가 미국에 세운 현지 법인이다. 현지에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대여와 판매,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현지 소비자들은 쿠쿠가 정수기 인증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품을 대여하거나 구매한 소비자들은 “쿠쿠 정수기 제품이 캘리포니아주의 판매 허가와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받은 것처럼 표기해 판매됐다”고 주장했다.
현지 규정상 ‘건강 관련 오염 물질’ 감소 기능이 있는 정수기를 판매하려면 미국수질협회(WQA) 등 공인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시 쿠쿠 제품이 미국수질협회나 캘리포니아 수자원관리위원회 인증 제품 목록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쿠쿠 측은 “일부 보완해서 소명하면 해결될 사안으로, 현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등록과 인증은 모두 이뤄진 상태”라며 “제품 문제와 관련된 소송은 아니다”고 밝혔다.
쿠쿠는 2024년 미국 뉴저지에서도 법정 공방을 벌였다. 쿠쿠 렌탈·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 근로자들이 임금·근로 조건에 관한 법률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쿠쿠는 개별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 조항을 내세워 소송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며 소송 기각과 중재 강제를 요구했다. 이후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소송을 취하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소비자 집단소송에서도 절차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쿠가 노동 사건에서 중재 조항을 거론했다면 이번에는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소장에 기재한 표현이 잘못됐다며 이를 삭제해 달라는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심문에서 표현 등에 관한 사안은 다루지 않고 소송 성립 여부만을 판단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법원이 원고 소장이 집단소송으로 성립하기에 구조적으로 부족하다고 본 것”이라며 “쿠쿠 입장에서는 1차 관문을 넘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수정한 소장에서 손해와 인과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보완하지 못하면 사건은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로 탄탄한 논리를 제시하면 본안 소송으로 넘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