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 보일러·설비·태양광 등 중소기업계 대표 및 근로자 200여명이 모여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공기열 히트펌프는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작동하는 에너지 이용 설비로 재생에너지가 아니다"며 "중소기업 죽이기를 멈추라"고 했다. /박정훈 기자

“대기업 살리려 중소기업 죽일 거냐!” “공기열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13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 맞은편에서 ‘공기열 히트펌프 꼼수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보일러·기계설비·태양광 등 15개 관련 단체 소속 중소기업인과 기술자 200여 명이 “전기로만 작동하는 공기열 히트펌프는 탄소배출 주범”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기후부가 지난달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반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명분 아래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탈탄소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공기 중이나 지표에 있는 열을 끌어다 난방·온수에 활용하는 ‘히트펌프’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보일러·설비·태양광 등 중소기업 업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는 히트펌프가 확산되면 보일러 제조·설치·정비, 설비 설계와 배관 자재 등 연관 산업에서 약 60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 죽이고 대기업 배불리는 정책”

기후부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t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예산으로 583억원을 편성하고, 가구당 최대 700만원의 설치 보조금도 추진 중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시행령 개정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히트펌프 시장의 90% 이상을 LG·삼성 등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며 “에어컨과 유사한 기술 구조상 대기업에 유리한 시장을 정부가 제도로 밀어주는 꼴”이라고 반발한다. 구조가 단순해 기존 보일러·설비 인력을 흡수하기 어렵고, 중소기업은 자금력과 기술 격차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대기업 중심의 시장조차 오래 가지 못하고 중국 업체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양광과 전기버스처럼 친환경 정책을 계기로 형성된 시장을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장악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히트펌프는 국산보다 50~60% 싸 결국 국내 기업이 유통만 맡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3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 보일러, 설비, 태양광 업계가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탄소 저감 효과도 불분명”

기존 재생에너지 업계도 반발한다. 정부가 신축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에서 히트펌프 생산 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가점을 주면, 비용과 시공이 쉬운 히트펌프로 의무 기준을 충족하려는 건물이 늘어 태양광·지열·수열 설비가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감축 효과 역시 논란이다. 히트펌프는 겨울철 외기 온도가 낮아질수록 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전력 소비가 늘어난다. 전력의 약 60%가 석탄·LNG로 생산되는 국내 현실에서, 히트펌프가 가스보일러보다 과연 친환경적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누진제 예외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정책 비용을 다른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부는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후부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약을 추진하고, 기존 보일러·설비 업체가 히트펌프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지열·수열 등 공기열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기술 가치를 반영해 우대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350만대 보급은 겨울철 전력 수요 급증을 피할 수 없다”며 “도심 아파트가 아니라 외곽 단독주택부터 적용하고, 전력 수요와 탄소 감축 효과를 검증하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