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동작구 에듀윌 강의실에서 공시생들이 빼곡히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남강호 기자
같은날 에듀윌 스터디카페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에듀윌 학원 12층. 약 200㎡(60평) 규모의 스터디 카페에 들어서자 9급·소방·기술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40여 명이 자율 학습 중이었다. 수험서를 보며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이어폰을 낀 채 인터넷 강의를 듣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우헌 노량진 에듀윌 원장은 “지난 5일 이미 개강했는데도 수강 관련 전화·방문 상담이 끊이질 않는다”며 “30분에 한 명꼴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인 오후 3시 50분, 학원가 인근 흡연장에 수험생 20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 남양주에서 왔다는 김모(31)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아 반년 전부터 소방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며 “주변에서도 사기업 대신 공무원으로 방향을 튼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30분에 한 명꼴로 상담” 다시 온기 도는 노량진

불과 반년 전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급감했던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이 다시 늘어나는 기류가 뚜렷하다. 지난해 5월 공시생(20~34세)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인 12만9000명까지 감소했다. 공시생 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민간 기업 취업 문이 급격히 좁아졌던 2021년 31만3000명까지 치솟았지만,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반감 탓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공시생 규모는 불과 4년 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20일 노량진에서 진행된 공단기 겨울 설명회를 듣기 위해 공시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이 설명회 신청자 수는 5000명이 훌쩍 넘었다. /에스티유니타스 제공

하지만 공무원 수험 시장의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학원 등록률과 수험서 판매량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에듀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9급 공무원 과정 신규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했다. 10월 15.7%, 11월 36.1%, 12월 26.2%로 분기 내내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4년 4분기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25%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험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반전된 셈이다.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쿠팡 등 주요 서점에서 9급 공무원 수험서 판매량도 11월과 12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와 15%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시험 브랜드 ‘공단기’와 기술직 공무원 시험 브랜드 ‘기술단기’를 운영하는 에스티유니타스의 체감도 비슷하다. 지난달 20일 노량진에서 진행한 겨울 설명회 신청자는 5141명으로, 전년(3095명) 대비 66%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출시한 무제한 수강 상품 ‘평생 프리패스’ 판매량도 열흘간 전년 대비 66% 늘었다. 노량진 학원가 인근 B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노량진 원룸 입주 문의가 10~15% 늘었다”며 “개강과 맞물려 하루 5~6명씩 상담을 하러 온다”고 전했다.

◇공무원 인기는 AI 때문?

‘공시족의 귀환’은 민간 채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정부의 처우 개선 시그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엔 비대면 민간 기업이 각광 받았지만, 최근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민간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해고가 어렵고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이동하려는 청년층의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월 4.8%를 기록한 이후 10월과 11월 연속으로 5%를 넘기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2027년까지 9급 공무원 초임을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으로 끌어올려 월 300만원(세전) 수준을 맞추겠다는 정부의 발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낮은 임금과 경직된 조직문화가 단점으로 부각됐지만, 고물가·고금리에 높아진 청년 실업률이 맞물려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동시에 이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