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노동자가 용접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소기업 5곳 중 4곳 이상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주도적 결정보다 내국인 근로자 구인난에 따른 고육지책에 더 가깝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또한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단순 노동을 넘어 고숙련 직무에도 투입한다고 응답해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 현상이 ‘뉴노멀’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 122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유’에 관한 질문에서 ‘내국인 구인난’(82.6%)이라고 답한 중소기업 고용주는 ‘인건비 절감’(13.4%)이라고 답한 고용주보다 6배 이상 높았다. 내국인이 없어 외국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이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내국인 근로자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가 92.9%로 가장 높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임금·복지 수준’(74.6%)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 채용은 내국인 취업 기피로 인한 고육책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관리에 있어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한 것은 ‘의사소통’(52.1%)이었다. 그 뒤를 ‘문화적 차이(종교 등)’(23.0%),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21.3%), ‘인건비 부담(숙식비 지원 등)’(19.1%)이 이었다. 특히 의사소통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 지시를 오해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안전사고 또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3개월 미만으로 근무한 외국인의 경우 동일 조건 내국인 대비 66.8%의 생산성을 보였다. 이에 중소기업 중 97.1%는 외국인 근로자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평균 3.4개월의 수습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 역시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가 근속 연수에 따라 고숙련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응답은 2024년 29.5%에서 지난해 48.2%로 1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이젠 뿌리 기업이나 3D 업종에서 내국인 근로자 구인난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는 의미”라며 “그간 고숙련 직무를 맡아온 내국인 직원들이 은퇴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을 내국인 근로자를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소 3년은 근무케 해야 내국인과 생산성 엇비슷”

중소기업 94%는 생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에서 최소 근무 기간을 ‘3년 이상’(3년 초과 74.4% + 3년 19.6%)이라고 답했다. 3년이라는 응답은 19.6%, 3년 초과라는 응답은 74.4%로 사실상 3년을 최소 기간으로 꼽은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 대비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 수준을 따져볼 때 3개월 미만엔 66.8%에 불과하지만, 3~6개월엔 82.3%로 늘고, 6개월~1년엔 93.2%까지 오르다 3년 이상으로 가면 99.7%까지 오른다.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빠르게 ‘널뛰기’하며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들의 애로 사항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44.9%는 외국인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으로 “숙련 형성이 저해되고 생산성이 감소한다”고 답했다. 한 지방의 중소조선업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좋은 작업 조건을 찾아 규모가 더 크고 수도권에 가까운 사업장으로 빠르게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 영세 업체에선 일만 가르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현재 고용허가제의 개선점을 묻는 질문엔 ‘외국인 근로자의 태업 등 불성실 외국인력 제재 장치 마련’(41%)을 가장 높게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31.5%), ‘외국인 근로자 생산성을 감안한 임금 적용 체계 마련’(25.6%) 등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