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뉴진스 멤버 다니엘에게 당초 1000억원에 이르는 위약벌·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어도어는 다니엘이 활동하면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법원에서 인정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청구 금액을 3분의 1로 낮춰 소송을 제기했다.
9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어도어는 다니엘에게 331억원에 달하는 위약벌·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위약벌은 300억원,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31억원을 청구했다. 다니엘 모친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는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물어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위약벌은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금으로, 계약을 어긴 쪽이 상대방에게 지급하도록 한 금액이다. 손해배상액 성격을 띠는 위약금과는 다르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 간 전속계약서에는 ‘계약해지일 기준 직전 2년 월평균 매출액×남은 계약 기간의 개월 수’로 위약벌을 산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마련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근거했다.
다니엘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2024년 11월 29일을 기준으로 어도어는 직전 2년인 2023년과 지난해에 각각 약 1103억원, 약 1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속 아티스트가 뉴진스뿐이다.
직전 2년 평균 매출인 1100억원대를 멤버 수 5인으로 나누면 1인당 연 매출은 약 220억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다니엘은 매월 약 18억원의 매출을 냈다. 뉴진스 멤버들의 잔여 계약 기간인 약 56개월을 대입하면 위약벌은 1000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위약벌은 1000억원가량이지만 법원이 그대로 인정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도어도 이를 고려해 실제 청구 금액을 3분의 1로 낮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상 위약금과 달리 위약벌은 당사자 의사를 존중해 법원이 감액할 수 없다. 다만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등을 고려해 공공질서에 반하면 조항 일부를 ‘무효’로 판단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법조계는 소송 기간과 입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어도어가 청구한 위약벌 규모가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슬아 법무법인 대진 변호사는 “소송에서 위약벌 조항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부 무효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300억원 수준은 위약벌 조항 효력을 유지하면서 법원 인용 가능성을 높인 합리적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김연수 법무법인 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는 “산술 가능한 최대액을 청구하면 위약벌 조항 일부가 무효로 판단될 수도 있다”며 “실제 매출 구조나 활동 기여도, 잔여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청구액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도어는 다니엘 모친과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청구한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뉴진스 이탈과 활동 중단으로 어도어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다니엘은 전속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도어와 협의 없이 광고 계약 체결 등을 시도하거나 콘텐츠에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통상 위약벌 분쟁은 정산 미이행이나 신뢰 관계 파탄 등을 이유로 아티스트가 전속계약의 정당한 해지를 주장하면서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어도어·다니엘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결론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전속계약이 유효한데도 협의 없이 광고 계약을 시도하거나 외부 활동을 했다면 소속사의 사업 리스크를 키운 요인”이라며 “어도어가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