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업체 한립토이스의 어린이 낚시 장난감. /한립토이스 홈페이지

“추억을 되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 살 조카도 즐거워하는 걸 보니 완업 소식이 더 아쉽습니다”

지난달 ‘낚시 장난감’으로 유명한 국내 완구 업계 1세대 한립토이스가 완업(完業) 세일을 진행하자, 온라인에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이 담긴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이 회사는 1974년 설립돼 문방구 낚시 게임, 과일 썰기 놀이 등으로 수십 년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창업주인 소재규 회장 작고 이후 경영 승계 문제와 업황 악화가 겹치며 존속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회사의 존폐를 넘어, 상징적인 완구 업체마저 흔들린다는 점이 한국 완구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립식 과학 교재로 인기를 끌었던 ‘과학상자’ 역시 지난해 초 주요 제품 판매를 중단한 이후 사실상 휴업 상태다. 한때 창의력 교구의 대명사로 불리던 브랜드마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완구 업계의 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인형·장난감 제조업체 수는 2005년 461곳에서 2019년 80곳으로 급감했다. 이후 공식 통계 집계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형·장난감뿐 아니라 피규어·모형 등 다양한 완구 업체가 속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의 회원사 수도 2015년 144곳에서 현재 130곳 안팎으로 줄었다. 저출생에 따른 수요 붕괴, 국내에만 적용되는 규제로 인한 불공정 경쟁이 동시에 작동한 구조적 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출생에 무너진 수요, 규제만 남았다

가장 큰 배경은 주 소비층인 아동·청소년 인구 감소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2명에서 2024년 0.748명으로 급감했고, 출생아 수 역시 같은 기간 약 36만명에서 약 24만명으로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주 소비층 자체가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에서 완구 시장의 파이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요 감소 속에서도 국내 완구업계만 추가적인 규제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완구 중 ‘안전 확인’ 대상 제품은 5년마다 안전성 재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색상·재질별로 개별 품목 인증을 각각 취득해야 하는 완구 특성상 제품 수가 많을수록 검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출이 2022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2억원으로 줄었다는 한 수도권 완구업체 대표는 “한 상품당 평균 검사비가 200만원 가량 들고, 연간 검사비만 2000만~3000만원 수준”이라며 “시장 반응이 늦어 실제로 제품을 팔 수 있는 기간은 5년보다 훨씬 짧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이미 판매 중이던 제품도 온·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유효기간 만료’로 표시돼 사실상 퇴출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상 만 14세 미만 어린이용 제품만 안전 관리 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해, 아동용 완구임에도 ‘14세 이상’으로 연령을 표시해 안전 검사를 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규제를 성실히 지키는 업체만 비용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어린이 부상 위험으로 리콜이 결정된 중국산 '수영하는 로보 얼라이브 아기 상어' 장난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알리·테무는 ‘사각지대’, 사라지는 K완구

반면 알리·테무 같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완구 제품들은 통관·유통 과정에서 국내 완구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사전 안전 검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직구나 플랫폼 거래 특성상 사전 관리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작년 5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 등의 해외 직구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과도한 규제’ 논란과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사흘 만에 방침을 수정한 바 있다.

업계는 어린이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안전 관리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사전 인증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출시 이후 시장 감시와 리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어린이 제품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제4차 어린이 제품 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7년)’을 통해 안전 확인 신고 유효 기간 폐지 등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박찬규 완구공업조합 전무는 “국내 업체들은 5년마다 재검사를 받아 가며 KC 안전 인증 비용을 부담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유럽처럼 업계가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는 자기 적합성 선언을 하고 정부는 준수 여부를 사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