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생리대가 그렇게 비싸다면서요. 독과점이어서 그런지, 다른 나라보다 약 39%가 비싸다고 하던데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생리대 가격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대통령이 지적한 ‘국산 생리대가 해외보다 약 39% 비싸다’는 수치의 근거와 함께, 실제 국내 생리대값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팩트체크했다.
◇ “해외보다 39% 비싸다”는 주장, 근거 데이터에 허점
대통령이 언급한 ‘해외보다 39% 비싸다’는 수치는 정부 공식 통계가 아닌, 한 시민단체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생리대 513팩과 미국·일본 등 11개국 생리대 69팩의 가격을 비교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는 중요한 비교 방식의 한계가 있다. 국내 가격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가를 모두 포함한 반면, 해외 가격은 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가만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내는 오프라인 가격까지 반영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나오고, 해외는 온라인 최저가만 평가돼 비교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리대 제조업체들도 “국가별 유통 구조와 물가 수준이 다르고, 온라인·오프라인 경로가 상이한 상황에서 단순 가격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 생리대 가격 상승은 ‘팩트’… 1년 새 최대 25% 올라
반면 국내 생리대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준으로 주요 생필품 가격을 조사해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 평균 판매가 기준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수퍼흡수 중형(36개입)’은 2024년 12월 20일 1만506원에서 2025년 12월 19일 1만3124원으로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좋은느낌 오리지널 울트라슬림 날개 중형(36개입)’ 역시 1만2817원에서 1만2872원으로 올랐다.
국가데이터포털 통계에서도 가격 상승 흐름은 확인된다. 2025년 3분기 기준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8로, 2020년 대비 1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장기 데이터를 봐도 추세는 같다. 조선비즈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시크릿홀 날개 중형(36개입)’은 2020년 9923원에서 2023년 1만160원으로 올랐다.
LG유니참의 ‘쏘피 바디피트 볼록맞춤 날개 중형(32개입)’은 같은 기간 8043원에서 1만1413원으로 42% 급등했다.
◇ 가격 상승 배경엔 ‘과점 구조’… 보완적 공공 개입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생리대 가격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국내 시장의 과점 구조를 지목한다. 이는 ‘독과점 구조가 가격 상승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마무리돼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상위 3개 업체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생리대는 필수재라는 특성상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가 대체재로 쉽게 이동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소비재에 비해 가격 인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기농·친환경 등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늘면서 평균 판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생리용품을 공공재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전면적인 가격 통제는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생리대는 소비자가 선택을 미루거나 포기하기 어려운 필수품인 만큼, 일정 수준의 보완적 공공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소·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가격 안정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