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람객 대부분은 이미 한국에 대한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반가움으로 그들을 맞았습니다.”

최광훈 버스데이 이사는 홍콩에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5(SIGGRAPH Asia 2025)’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예술기술 기업을 바라보는 해외 시장의 시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체감 변화가 담겼다. 예술기술 기업은 예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전시·공연·체험형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 아트코리아랩이 지난 15~18일 홍콩에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5(SIGGRAPH Asia 2025)'에서 운영한 공동 부스./아트코리아랩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 아트코리아랩은 입주·보육 중인 예술기업과 지난 15~18일 홍콩에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5에 참가했다. 시그라프 아시아는 미국 컴퓨터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그래픽·인터랙티브 분야 학술대회 및 전시회다. 전 세계 예술가·기업·연구자·개발자·투자자 등 약 9000명의 전문가가 모인다.

아트코리아랩은 공동 부스와 발표 세션으로 한국 예술기술 기업 4개사를 소개했다. 미디어아트 기업 버스데이는 창작자의 지식재산권(IP)을 증강현실(AR)·VR 등 다양한 기술로 시각화한다. 이번 행사에서 AI 협업 기반 미디어아트 작품 등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최광훈 버스데이 이사는 “예술 기업을 지원하는 한국의 정부 산하 기관이 직접 나와 있다는 점에 놀라는 반응도 많았다”며 “행사 기간에 국내외 기관뿐 아니라 숭실대 등 학교와 기술 기업들과 유통·IP 협업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 아트코리아랩이 지난 15~18일 홍콩에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5(SIGGRAPH Asia 2025)'에서 운영한 공동 부스./아트코리아랩 제공

참여형 몰입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스도파민은 이번 시그라프에서 공연형 확장현실(XR) 콘텐츠 ‘너’스텔지아’를 선보였다. 참여형 몰입 콘텐츠에서 관객은 ‘공동 제작자’로서 이동·반응·선택 등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박억 식스도파민 대표는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개입해서 완성되는 공연 같다’는 관람객 후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관객들은 한국적 서사나 몸의 움직임이 기술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며 “시그라프 참여는 기술과 제작 방식에 중요한 기준점이고, XR 공연을 전시·교육·관광 등 영역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컬처테크 기업 기어이는 한국 전통문화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 큰 관심을 받았다. 기어이는 ‘이머시브 궁’이라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이머시브 궁’은 조선 개화기 고종 황제의 미완의 연회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VR 콘텐츠다. 조선 왕실의 춤과 음악, 건축과 예술을 놀이처럼 몸으로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이혜원 기어이 대표는 “저희는 이 작품을 일회성 체험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실제 방문과 탐색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경험으로 기획했다”며 “의도가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관람객이 이야기와 예술적 요소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며 “제작 과정과 구현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과 협업 문의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 아트코리아랩이 지난 15~18일 홍콩에서 열린 '시그라프 아시아 2025(SIGGRAPH Asia 2025)'에서 운영한 공동 부스./아트코리아랩 제공

‘실감 미디어 아트’ 제작 기업 토포스스튜디오는 몰입형 시각 예술 콘텐츠 ‘더 에테리얼 월드(The Ethereal World)’로 실감형 미디어아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허대겸 토포스스튜디오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해외 기관과 전시장 운영자들과 실질적인 사업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전시 콘텐츠의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언급했다.

시그라프는 작은 규모의 회사가 참여하기 쉽지 않다. 아트코리아랩은 부스와 현장 세미나 운영, 행정 절차 지원 등으로 예술기술 기업들의 참여 장벽을 낮췄다. 아트코리아랩 관계자는 “참여 기업들이 최신 기술 동향과 글로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한층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