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 양극화 현상이 주요 이슈로 언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으며 “(기업 간) 갑을 관계,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납품 기업, 대리점 등이 특정 기업과 거래할 때 수평적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괜찮은데, 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납품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협상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집단행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힘의 균형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중기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또한 “중소기업이 활력을 가지려면 지금처럼 쥐어 짜이고, 예를 들면 영업이익률도 겨우 생존하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대기업에 뺏기는 상황이 되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것 같다”며 “중기부가 연구해서 논리, 체계를 만들어 어떤 기업과 거래하는 작은 기업이 있다면 집단 교섭을 할 수 있게 하고, 정상적인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고민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유난히 한 기업과 거래하는 관계 속에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고,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대기업이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하고, 자본도 지원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부분(전속거래)에 대한 조정과 역할은 정부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무보고 중 이 대통령은 “중기부는 소상공인 지원까지 맡고 있어, 업무가 엄청나게 많다”며 한 장관을 격려했다.

한 장관은 “영역도 많고 대상도 많다. 그 대상을 모두 다 하는 게 발걸음을 늦춘다”며 “우선해야 할 것을 먼저 정하고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성장 관련 키워드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게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의 데이터를 먼저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3분기 단일 분기 최초로 벤처투자가 4조원을 돌파했다는 내용도 언급하며, 한 장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한 장관은 “정부의 일관된 벤처, 혁신 기술 지원 방침”이라며 “과거 AI에 대한 투자도, 방향성도 없었는데, 이런 방침과 방향이 만들어지고 성과가 날 수 있는 쪽으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실패를 용인해 주는 사회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해 주고 다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정책을 만들고, 재도전 펀드를 더 늘리자”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한국 사회가 용인하는 실패 지수가 1.4였다면 미국은 2.8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패한 사람의 데이터를 모은 실패 박물관이 대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보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재도전, 창업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 이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에 나선 한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균형’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했다. 한 장관은 “개별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조합 단위로 (대기업에) 협상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