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 경상남도 경제부지사.

“5만3000개에 달하는 중소 제조기업의 AI 대전환(AX)을 이끌어 경남을 ‘제조 AI의 메카’로 도약시키겠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AI 3강’ 도약을 경남이 이끌겠습니다.”

김명주 경상남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15일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AI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제조업의 체질을 바꾸는 산업 구조 전환”이라며 “AI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령화와 구인난, 산업재해 같은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남은 기계·자동차·조선·항공·방산 등 주요 산업이 집적된 대한민국 핵심 생산 기지다. 5만3000개에 달하는 중소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다.

1995년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기획재정부 주요 부서와 대통령 비서실, 아프리카개발은행 선임자문관,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경남도 경제부지사로 취임했다.

올해 1월 ‘AI와 기계의 결합’을 주제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에 참석한 후 한국 제조업의 뿌리인 중소 제조기업의 AX가 지역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판단, 7월 경남도에 인공지능산업과를 신설했다. 현재 그는 경남의 산업 정책, 특히 중소 제조기업의 AX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경제부지사는 “경남을 대한민국 AI 기반 제조 혁신 전진기지로 육성해 정부가 지향하는 AI 3대 강국을 제조 분야에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경제부지사와의 일문일답.

―왜 경남 지역 제조 중소기업의 AX가 필요한가.

“중소 제조기업들은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와 만성적인 구인난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 제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량 검사 공정에 AI를 도입하면 사람보다 훨씬 정확한 검사로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검사 인력을 다른 공정에 재배치해 인력난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대가 변했고 대응해야 지속 성장 가능하다. 과거 노동과 자본 중심의 생산 함수에 이제는 AI가 더해지면서 생산성 향상이 획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이 제조업 AX의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에는 5만3000여개의 중소 제조기업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한민국 제조업 중심지다. 우주항공·조선·방산·원자력 산업 규모는 전국에서 가장 크고, 기계 산업은 전국 2위 규모다. 자동차 산업도 상위권이다. 거의 모든 제조 산업이 집적돼 있고, 대·중·소기업이 수직 계열화돼 있어 AI 전환 효과를 빠르게 창출하고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기계·자동차·방산·조선 분야 등 약 3200개 제조기업이 들어선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제공

―현재 경남 중소기업의 AI 적용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경남의 스마트공장 구축 수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3055개다. 이 가운데 빠르게 AI 전환이 가능한 스마트공장 중간 1단계 이상 기업이 약 690개에 달한다. 이미 기반은 상당 부분 마련돼 있으며, 이를 AI 전환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중소 제조기업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준비된 기업부터 AI를 적용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기업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조업 AX의 가장 큰 애로는.

“도내 중소 제조기업의 98%가 AI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업 내부에 AI 기술 역량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초기 비용 부담도 커 실제 도입에는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경남의 AI 전환 및 산업 육성 전략은.

“경남은 ‘제조 AI의 메카’를 목표로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실증, AI 강소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산업과를 신설해 전담 체계를 갖췄고, 올해 12개 AI 관련 국비 사업을 유치했다. 총 1조1301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내년부터는 연간 2000억~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 또한 경남 인공지능산업 육성 기본 5개년 계획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 제조기업이 AI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경남이 선도해 나가겠다.”

―경남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사업에 선정됐다.

“제조 AI 메카 경남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AI 전환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이끌 예정이다. 경남 창원 팔용동에 ‘경남 제조AI 데이터센터’를 2026년 상반기까지 구축해 도내 중소기업에 24시간 개방한다. 동시에 도내외 80여개 AI 설루션 기업과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경남 제조AI 지원단’을 운영해 기업별 맞춤형 AI 전환을 밀착 지원한다.”

김명주 경제부지사는 15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제조 중소기업의 AX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령화와 구인난, 산업재해 등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경제부지사는 AI 설루션을 공급하는 경남 제조AI 지원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경남에 있는 기업이 아닌, 서울 등 다른 지역의 뛰어난 AI 설루션 기업을 선정해 이들이 도내 제조기업 AX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원단이 컨설팅부터 현장 맞춤형 시스템 설계, 실증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경남에서 구축한 제조 AX 시스템을 해외로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성과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AI 적용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성과가 눈에 띈다. 한 기업은 AI 검사 공정을 도입해 검사 정확도를 80% 높이고 속도를 66% 개선했다. 그 결과 매출이 33% 증가했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는 AI를 단조 공정에 적용해 연간 에너지 비용을 약 10% 절감했다. 이런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다.”

―AI 인재 양성 전략도 중요한 축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인재를 경남에서 직접 양성해 현장에 즉시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제대, 경남대, 창원대, 경상대 등 도내 4개 대학과 연계해 기업 수요 기반의 AI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AI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운영해 연 150명의 AI 최고급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다.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실전형 인재를 키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AX 협력도 추진 중이다.

“대기업의 자본, 기술력과 중소기업의 현장을 연결하는 것도 제조 AX에서 중요하다. 도내 두산에너빌리티, LG전자 등과 협력해 공급망 전반의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AX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150개 협력사가 공급하는 4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가스터빈 공정에 AI를 접목해 상호 데이터 공유와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와는 중기부와 함께 도내 중소 제조기업에 AI 도입을 지원하는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 대기업, 지자체 그리고 중소기업이 원팀으로 제조 AX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