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중소 입점업체들이 유통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쿠팡을 탈퇴하는 소비자가 발생하는 데다, 높은 마진율로 부담이 지속되면서 무신사와 마켓컬리 등 다른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자사몰 성장에 집중해 충성 고객 확보에 힘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중견 화장품 회사들은 내년 무신사와 협업·판촉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무신사 마진율은 30% 안팎으로 쿠팡(40%)보다 낮은 편이다. 지마켓·11번가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15~20%)보다 높지만 무신사가 공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탈쿠팡’ 적기라고 판단했다.

한 중견 기업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올해 무신사에 새로 입점한 곳 가운데 2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모바일 라이브는 시청자 수 대비 발생 매출이 적어 홍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신사는 모바일 라이브를 진행하면 수천만원의 매출이 나오기도 한다”며 “무신사도 화장품 영역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해 협력적인 분위기도 조성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 22.7%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이 늘고 있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는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업계의 일간활성이용자(DAU)가 사고 전주 대비 최대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탈쿠팡’ 기조가 맞물리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무신사의 올해 상반기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도 올해 신규 입점한 뷰티 브랜드 거래액이 최대 8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대형 브랜드 입점과 함께 10~20대의 소비가 이어진 결과다.

중소 식품 회사들은 다시 컬리를 주요 대안으로 꼽고 있다. 프리미엄·신선식품 중심의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고, 브랜드 서사와 품질을 강조한 노출로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유리해서다. 마진율은 20%가량으로 쿠팡보다 낮고 인상 압박도 적다.

컬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식품 카테고리는 신선식품 판매 호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래액이 7.7% 늘었다.

한 중소 식품회사 관계자는 “컬리는 쿠팡보다 입점 절차가 까다롭고 진입 장벽이 높지만 매년 마진율 인상을 요구하지 않아 입점 가격·유통 전략을 세우기 수월하다”며 “새벽 배송 체계도 갖추고 있어 신선도·브랜드 관리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수익 보존을 위해 자사몰 육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쇼핑몰 솔루션 ‘아임웹’이 11월 약 100만개 브랜드 자사몰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패션·의류는 전월 대비 19%, 식품·음료는 15% 증가했다. 가구·홈데코는 31% 상승했다.

유통사 한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문을 닫으면서 ‘쿠팡 1강’ 체제가 굳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 독주로 입점 업체들의 선택지가 좁아졌고 자사몰을 육성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소비자 반발이 생기면서 판매 다변화 전략을 다시 검토해보게 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