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해외 사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사업 부진에 국내 영화 산업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 해외 사업은 최근 몇 년 새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롯데컬처웍스가 베트남 법인에 채무 보증한 금액만 약 929억원에 달한다. 본사가 지속적으로 금융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베트남 법인의 실적 부진이 롯데컬처웍스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롯데쇼핑 시네마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같은 해 10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해외 법인을 넘겼고, 베트남 법인도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 베트남이 국내 주요 해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베트남 법인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기준 2060억원의 자본 잠식 상태로 2021년부터 잠식 규모는 매년 커졌다. 지속적인 매출 증가에도 2021~2024년까지 약 8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산이 줄어드는 사이 2021년 235억원이던 부채 규모는 지난해 277억원으로 확대됐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지 못한 데다 수익성 개선이 더딘 구조적 한계가 겹치며 적자가 누적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해외 사업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롯데컬처웍스는 홍콩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 부진이 지속되자 2021년 각각 청산, 매각했다. 영화관 사업을 하던 중국 산둥성 법인은 2021년 약 18억원의 총포괄손실을 냈으나 이듬해 92억원으로 손실 폭이 커졌다. 결국 손실을 이기지 못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영화 투자 법인인 ‘헤미스피어 필름 인베스터스’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롯데컬처웍스는 헤미스피어 필름 인베스터 2와 3을 운영했다. 헤미스피어 필름 인베스터2는 2022년 약 12억원의 손실을 보고 투자 지분을 정리했고, 인베스터3은 2023년 6700여 만원의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2023년과 지난해까지 약 7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인베스터3도 매각했다.
국내 영화 사업에서도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2023년 관객 1487만명을 동원하며 관객 점유율 11.9%로 상위권에 위치했으나 지난해 관객 수 918만명, 점유율 7.5%에 그쳤다. CJ ENM과 쇼박스 등 경쟁사는 모두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9월까지 관객 수 650만명, 점유율 8.6%를 기록 중이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이 100만명 수준의 관객에 머물렀다.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함께 제작에 나선 드라마 ‘프로보노’가 화제성을 얻으며 콘텐츠 포트폴리오에서 ‘선방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팎으로 힘을 쓰지 못한 롯데컬처웍스는 4년간 연결 기준 약 36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내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4일까지 직급 구분 없이 근속 10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컬처웍스는 메가박스중앙과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이번 희망퇴직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 환경에 미래형 성장 조직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지속 성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