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선 국내외 수백 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꾸리고 자사 기술에 대해 홍보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교류의 장이 열리고 있었다. 2022년 국내에서 설립된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수십 명의 인파가 몰려 있었다. 플리더스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 전 베타 버전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그 피드백을 받아 시장성 검증과 버그에 관한 보고서를 게임사에 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 임찬영 대표는 “게임사들이 게임을 정식 출시하기 전 유저를 만날 창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며 “국내에서 1100개 정도의 게임을 테스트했고 우리 보고서를 통해 VC(벤처캐피털) 등에서 작년 8월부터 올해까지 26건의 투자와 퍼블리싱을 연결했다”고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5’가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컴업’은 2019년 시작된 행사로,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과 투자자, 글로벌·대·중견기업 등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스타트업 페스티벌이다. 올해 컴업은 이날부터 12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며, 테크,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세부 주제로 전시, 콘퍼런스, IR, 오픈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올해 컴업엔 국내외 스타트업 275개사가 전시에 참여하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날 대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팀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에서 만든 ‘딱맞아 목재’ 팀은 인테리어 업체들이 목공 작업을 효율화할 수 있게끔 개발한 ‘목재 모듈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곳 박건서 대표는 “현재 공사 현장 등에서 목재를 사더라도 현장에 맞게끔 목재를 수정하는 것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 애로가 크다”며 “3D 스캐너 기반으로 현장 상황에 딱 맞게끔 목재를 자르면 작업량이 50~70% 줄고 인건비도 2배 정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팀은 현재 서울대입구에 사무실을 두고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 테스트 현장을 꾸리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 공장 등에 들어가는 로봇 시뮬레이션, 행동 분석 등 통합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전스페이스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2023년 9월에 창업한 이곳은 차체, 배터리 공장에 들어가는 로봇에 대한 소프트웨어 AI를 제공한다. 최적의 로봇 동선이나 효율적인 행동 분석을 해준다. 이곳 최원석 대표는 “지난 8월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석 달 정도 머무르는 등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며 “조만간 비전 카메라를 통한 창고 모니터링 서비스 관련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날 컴업에선 사우디 국영 AI 기업 ‘휴메인’의 타렉 아민 CEO,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두 연사는 ‘컴업 2025’의 슬로건이기도 한 ‘Recode the Future’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특히 휴메인 타렉 아민 CEO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쌓은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빠질 수 없는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컴업에선 글로벌 VC, CVC 및 액셀러레이터까지 폭넓게 초청해 유망 스타트업에 글로벌 투자자와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중견기업 총 35사도 참여해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총 20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매칭을 추진하는 한편, 참여 스타트업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했다. 또한 투자자 부스와 대·중견기업 부스를 운영해 스타트업이 사전 매칭 없이도 이들과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컴업 본행사 외 벤처·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하는 ‘벤처·창업 진흥 유공 포상 시상식’ 등 다양한 연계 행사도 열린다. 특히 AI 스타트업에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OpenData X AI 챌린지 개막식’, 10개 부처 합동 창업 경진 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5 왕중왕전’, 올해 최고의 외국인 창업팀을 가리는 ‘2025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 등도 열린다.
한편 한성숙 중기장관은 이날 오전 개막식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AI 총괄 기업인 휴메인(HUMAIN)의 타렉 아민 대표와 면담을 진행했다. 휴메인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사우디를 AI 허브 국가로 도약시키기 위해 지난 5월 설립한 기업으로, 아민 대표가 행사 기조 연사로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양측의 협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부는 휴메인의 한국과의 AI 분야 협력 활동과 ‘휴메인 코리아’ 설치 계획 등을 청취하고, 한국 AI 스타트업의 사우디 시장 진출 확대 등 양국의 AI 벤처·스타트업 분야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