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김 회장의 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1년생인 김 회장은 두 딸을 두고 있지만, 이들은 더존비즈온 지분도 없고, 회사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두 딸 중 한 명이 김 회장이 지분 94.39%를 보유한 개인 회사 더존비앤씨티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테마파크 ‘강아지숲’ 운영을 맡고 있어, 김 회장과 그의 딸이 이 회사를 지속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 /더존비즈온 제공

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PEF 운용사 EQT파트너스는 약 1조3000억원에 더존비즈온 최대주주 김용우 회장의 지분 22.29%와 2대 주주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지분 14.4%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달 체결했다.

김 회장이 더존비즈온을 자신의 딸에게 물려주는 가업승계가 아닌 외부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을 이끄는 토종 ICT 기업이다.

ERP는 생산·물류·재무·회계 등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ERP 시장에서 독일 SAP에 이어 2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4023억원, 영업이익 881억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더존비즈온의 경영 승계를 고민해 왔다. 하지만 두 딸은 더존비즈온 경영에 관심이 없고, 실제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더존비즈온 지분도 없다. 하지만 김 회장의 딸 중 한 명이 반려동물 사업에 관심이 있어, 현재 더존비앤씨티의 반려동물 테마파크 강아지숲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13만5000㎡(약 4만평) 청정 자연에 조성된 강아지숲은 반려인과 반려견이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반려견 전용 놀이터는 물론 카페, 교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현재 더존비앤씨티의 대표는 김 회장이고, 그의 딸은 반려견 어질리티 스포츠 대회 등 국제적인 반려견 행사 등을 강아지숲에서 개최하는 등 회사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반려동물 테마파크 ‘강아지숲’. /더존비앤씨티 제공

더존비즈온의 EQT파트너스 매각에는 더존비앤씨티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은 소프트웨어(SW)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매각이고, 김 회장과 그의 딸은 추후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더존비앤씨티를 경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기업승계 컨설턴트는 “창업주인 김용우 회장이 가업승계 목적이 있었다면, 두 딸에게 지분을 조금씩 증여해 왔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애초에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업승계가 기업 지속 성장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더존비즈온과 같은 IT 중견기업에서 ‘제3자 매각’을 통한 자본 재배치, 사업 고도화 등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더존비앤씨티는 재무 상태가 악화된 상황으로, 경영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다. 감사인은 더존비앤씨티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더존비앤씨티의 유동자산은 3억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908억원에 달한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약 900억원 많은 구조다.

특히 유동부채 중 단기차입금이 871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매출(51억원)에 비해 17배가 넘는 고위험 구조로, 사실상 차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89억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매출 40억원, 당기순손실 125억을 기록했다.

한 회계사는 “더존비앤씨티의 지속 경영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차입 구조를 재편하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단순 테마파크가 아닌 강아지숲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강화해 수익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