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1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점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이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가 이어지면서 입점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와 유통망 축소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유통 확대 경쟁 속에서 대형마트 매출이 흔들리는 가운데 특히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업체의 고충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 입점 중소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형마트 입점 중기 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홈플러스를 주거래처로 둔 기업의 41.6%가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는 이마트(37.7%), 롯데마트(35.6%), 하나로마트(34.1%) 등 다른 유통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출 감소 폭도 평균 11.3%로 전체 평균(10.0%)보다 컸다.

반면 매출이 늘었다는 응답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6.9%로 대형마트 중 가장 낮았다.

홈플러스의 지점 폐점 및 매장 축소로 인한 직격탄도 크다. 주거래 중소기업의 12.9%가 운영 전략 변화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롯데마트(2.3%), 하나로마트(3.7%)와 큰 차이를 보였다. 주요 피해 유형으로는 투자금 회수 지연 및 재고 발생에 따른 손실(38.5%), 폐점 이후 대금 정산 지연(15.4%) 등이 꼽혔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대금 정산 지연 피해 응답이 거의 없었다.

입점 여건 평가에서도 홈플러스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2년 간 거래 환경 개선 여부를 5점 척도로 물은 결과, 3.2점으로 이마트(3.6점), 롯데마트(3.5점)보다 저조했다. 계약 갱신 시 수수료율 및 판매장려금 비율 증가, 품목·매대 리뉴얼 관련 비용 부담 증가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판촉행사 참여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홈플러스 거래 중소기업의 3.0%가 판촉행사에 ‘강제 참여’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조사 대상 대형마트 중 유일한 수치다.

홈플러스는 최근 주요 점포의 추가 폐점 검토를 밝힌 바 있어 입점 중소기업의 피해는 가중될 전망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영난이 심화되며 입점 중소기업 피해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유통사와 정부가 함께 상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