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자이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통해 치료제 개발과 공급을 넘어 환자의 경험 가치를 높이는 헬스케어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은호 한국에자이 헬스케어 에코시스템 디자인 이노베이션 디렉터(이하 이사)는 지난 3일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에자이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자이는 일본의 글로벌 제약기업 에자이(Eisai)의 한국 법인으로, 1997년에 국내에 설립됐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치매 진행을 늦추는 원리의 신약 ‘레켐비’가 에자이의 주요 의약품 중 하나다.
김 이사는 한국에자이의 오픈이노베이션·R&D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주요 역할은 외부 기술 발굴과 실증(PoC), 사업화 가능성 검토 등”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자이는 치매 예방, 진단, 관리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다양한 협력 활동을 해왔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고 치료제 적합성 판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뉴로엑스티, 국내 첫 경도인지장애(MCI)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이모코그, 인지 능력 증진 훈련 서비스를 개발한 크리플 등이 그간 한국에자이가 발굴, 협력해 온 국내 스타트업들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김 이사는 “한국에자이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진단, 재활 등 전 주기에서 환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헬스케어 산업은 치료 중심에서 환자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헬스, AI, 데이터 기반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특히 한국 시장은 기술 도입 속도와 실행 역량이 높아 전략적인 협업 활동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자이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여러 협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총괄하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수요를 매칭하고 후속 연계를 지원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는 상생 협력 프로그램이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 중소기업과의 기술 검증과 실증 확대를 통한 환자 중심 혁신 기술 발굴이라는 관점에서 해당 사업의 취지와 한국에자이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일치했고, 공공의 지원과 기업 역량이 결합할 때 더욱 빠르고 구조화된 기술 검증을 진행할 수 있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자이가 협력 파트너를 선정할 때 세 가지 주요 기준이 있다고 소개했다. ‘환자 가치(Patient Value) 향상에 이바지하는가?’, ‘임상적·기술적 타당성이 명확한가?’, ‘중장기적으로 상호 보완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업 구조가 가능한가?’ 등이다.
김 이사는 “‘한국에자이와 스타트업이 함께 해결할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제안이 협력 우선순위가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목표와 지표, 성공 기준이 명확한 게 중요하다”며 “협력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최소한의 임상적 근거와 데이터 품질 체계는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초기 기술 검증을 위한 공공 실증 인프라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장기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적인 인센티브, 기술 개발-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국가 차원의 전주기 지원 사업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자이는 국내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 이사는 “앞으로 디지털 헬스·AI 분야에서 중장기 PoC를 확대하고, 스타트업과 공통 목표를 설계하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전략적 협업 로드맵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