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는 조선소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안전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외부 기술을 단순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조선소 작업 환경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발굴해 시험하고 상용화로 이어가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HD현대그룹의 AI 전환(AX)과 연계해 그룹 차원의 현장 기술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박광열 HD현대삼호 전략기획팀 책임.

박광열 HD현대삼호 전략기획팀 책임은 지난 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은 물론 연구기관 등 외부 기술 파트너들과 함께 현장 중심의 기술 상용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조선업은 복잡한 공정과 높은 안전 요구를 가진 산업인 만큼 기술의 ‘현장 적합성’ 여부를 최우선으로 판단해 스타트업과 기술 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책임은 HD현대삼호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기술 적용 및 검증(POC) 업무를 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지난해부터 서울, 울산, 전남 등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수요 기업인 대기업에 기술 및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과 네트워킹이 쉽지 않다.

HD현대삼호는 스타트업에 이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HD현대삼호 역시 스타트업의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 적용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등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조선업은 공정이 복잡하고 설비·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기존 방식만으로는 제조 혁신이 어렵다. 박 책임은 “스타트업은 기민성과 창의적인 기술 접근에 강점이 있어, 대기업 조선소의 현장 어려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HD현대삼호는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에서 현장 적합성과 비전·지속성, 안전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박 책임은 “조선소는 극한 환경으로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지가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PoC 성과뿐만 아니라 협력 스타트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기술이 안전한지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HD현대삼호는 스타트업의 기술 도입을 위해 단계별 기술 검증 절차를 운영한다. 조선소 현장 작업자의 수요 파악, 파일럿 시제품 테스트, 제품 고도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전남 영암 HD현대삼호 야드 전경. /HD현대삼호 제공

HD현대삼호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이미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기술을 조선소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AI 기반 강재 품질 자동 검사 기술이다. 조선소 후속 공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불량과 수작업 보정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를 확인했고, 회사는 현재 생산라인 적용을 검토 중이다.

또한 라이다 기반 지게차·작업자 충돌 방지 관제 시스템은 지게차 이동과 작업자 동선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사전 감지한다. 조선소 작업 환경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선박 내부 작업 시 누출될 수 있는 아르곤가스를 실시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을 시범 적용해 밀폐 공간 작업의 위험도를 낮추는 데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박 책임은 “스타트업은 대기업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우리는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서로의 강점이 명확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삼호는 향후 로봇, AI, 안전, 물류 자동화 등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더욱 강화한다. 친환경 공정 전환과 탄소 저감을 위한 ESG 기반 기술 도입 또한 중요한 축으로 삼아, 조선소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