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차량용 블랙박스 제조사는 지난달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으로부터 한 건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8년간 자사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콜센터를 담당해 주던 중소기업 공동 AS 콜센터가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이곳 대표 이모씨는 “제품 사용법부터 수리처 관련 문의까지 처리해 주며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도와온 좋은 사업인데 왜 중단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경기로 올해 수억원가량 적자가 날 판인데 콜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면 인건비만 1억 이상은 든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제조 중소기업들의 AS를 책임져 온 중소기업 공동 AS 콜센터가 올해를 끝으로 사업이 종료되는 것으로 7일 파악됐습니다. 중소기업 공동 AS 콜센터 사업이란 2006년 시작돼 20년간 국내 제조 중소기업의 제품 수리부터 상담까지 다양한 AS 프로그램을 지원해오던 사업으로, 최근까지 연평균 500여 사(올해는 450여 사 목표)가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국내에서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지만, AS 콜센터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여력은 안 되는 영세 기업들을 위해 한유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예산 지원을 받아 서울 양천구 청사 11층에 연면적 454평 규모 콜센터를 마련하고 외주 콜센터 직원을 고용해 AS 상담을 대행해 왔습니다. 해당 사업엔 수입 제품이나 AS 수요가 적은 주류, 의약품 등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고는 일반적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중소기업 누구나 신청이 가능했습니다. 기업은 사업 비용의 30%만 직접 부담하면 돼 부담도 덜했습니다.
지난 20년간 해당 사업으로 혜택을 받은 기업은 9000여 사(중복 포함)에 이릅니다. 코로나로 한창 콜센터 수요가 높던 2021~2023년까지는 연간 500여 사에 대해 매년 약 200만 콜을 처리해 줬습니다. 1사당 연간 4000여 콜을 대신 처리해 준 셈입니다.
소관 부서인 중기부에선 일부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들어 사업 폐지 이유를 밝혔습니다. 콜센터 방식보다는 1대1 챗봇이나 영상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포함해 700만~80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존재하는데 해당 사업으로 혜택을 받는 기업은 그중 극소수”라며 “사업 예산 대부분이 콜센터 직원 인건비로 들어가기에 그보다는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에 예산을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중기부는 공동 AS 콜센터 사업에 들어가던 47억원의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대신 온·오프라인 기획전, 대한민국 동행 축제 관련 예산은 늘렸습니다. K-뷰티 클러스터 조성에도 예산을 신규 편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콜센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완전 폐지할 경우 자체 서비스 구축 여력이 없는 제조 중소기업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해당 사업은 AS 시스템을 만들 여력이 없는 영세 소기업을 구제해주는 측면이 있었는데 아예 폐지된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유원 콜센터를 없애더라도 정부에서 민간 콜센터를 개별 수요 기업과 연결해 주고 이용료 부담을 일부 보전해 주는 바우처 형식의 지원으로 사각지대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