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최근 ‘깡’ 등 부정 유통 사례와 일부 병·의원에 수혜가 몰리는 것을 두고 국정감사 등에서 뭇매를 맞은 온누리상품권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소진도 안 되는데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예산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온누리상품권 최근 5년간 평균 회수율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 내 연간 30억원 매출 이하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의 경우 용처 통계가 있는 지자체 40여 곳을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 사용률은 2~3%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로 전환한다는 것은 ‘교각살우’”라며 “온누리상품권의 문제는 핀셋 조정으로 해결해야지 지역화폐가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온누리상품권 5년간 회수율 98.9%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현장 간담회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에서 “온누리 상품권은 소진도 잘 안 돼 그 예산을 지역 화폐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화폐에 대한 지원 비율을 좀 더 늘리고 총액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돈이 지역 내에서 돌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두 정책 수단은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큰 정책 틀만 같을 뿐 지역 범위와 용처 범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온누리 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전국 전통시장·골목 상권에 위치한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만든 상품권으로 대표적인 전통시장 겨냥 정책이다. 반면 지역 화폐는 해당 지역 내에서 매출 30억 이하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해 일부 유해 업종을 제외하면 업종 제한이 없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시작한 대표 정책이기도 하다.

또 이 대통령 지적과 달리 온누리 상품권은 민간에서 잘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2025년 온누리 상품권 사용액’ 자료에 따르면 상품권 판매액 대비 사용액을 나타내는 ‘회수율’의 평균 수치는 98.9%였다. 2021년 106.6%, 2022년 93.4%, 2023년 107.1%, 2024년 92.1%, 올해 9월까지 97.8%로 모두 90%를 한참 웃돌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온누리 상품권을 지역 화폐로 돌릴 경우 전통시장·골목 상권 지원엔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역 화폐를 전통시장에서 쓰는 비율은 2%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근 의원실이 전국 220여 지자체에 요청해 약 50개 지자체로부터 자료를 받은 결과 2020~2024년 지역 화폐의 전통시장 결제 금액은 전체 대비 2.75%에 그쳤다. 나머지 170여 지자체는 별도 세부 통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 관계자는 “전통시장 사용 현황이 파악조차 안 되는 지역 대다수가 도시 지역이라 실제 사용률은 2%보다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특정 지역의 경우 소상공인 대표 업종인 외식업보다도 사교육으로의 지역 화폐 소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2024년 경남 지역 화폐 결제 비율 1위 업종은 학원·교육(21%)으로 2위 음식점(19.4%), 3위 편의점·수퍼·마트(13.9%)보다도 높았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 화폐, 정책 타깃 달라 섞으면 혼선”

업계에서도 지역 화폐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한식점을 운영하는 유모(68)씨는 “온누리상품권은 역사가 길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란 인식이 정착된 데 반해 지역 화폐는 아직 생소하다”며 “지역 화폐는 지자체 예산도 투입돼야 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활성화가 힘들어 편차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온누리상품권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온누리 상품권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점가에 있는 병의원까지도 용처가 넓어지고 매출액이 30억원이 넘는 곳들도 (사용처로) 포함돼 당초 정책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온누리 상품권 취급 가맹점을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제한하는 개선안을 발표했고, 현재 국회에 법안이 올라가 있다”며 “다양한 지적을 수용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구자근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골목 상권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전통시장 상인들을 볼모로 삼아 ‘이재명표 사업’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의 뿌리인 전통시장이 진정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전국 단위 전통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온누리 상품권만이 가진 강점이 분명 존재하고 그에 반해 지역 화폐는 지역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각자의 목적이 다른 만큼 각자의 단점을 보강하는 식으로 병행해 가야지 한쪽을 죽이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