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뉴스1

서울 종로구 A약국 입구에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모바일로 언제나 1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다. 이 약국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온누리상품권 결제만으로 누적 231억원, 월평균 약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 결제액이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 성지로 통하는 덕분이다.

A약국은 인근에서 처방전을 저렴하게 주는 몇몇 의원과 함께 ‘온누리상품권 이용 시 위고비 최저가 성지’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다. 온누리상품권은 10% 할인 구매가 가능해 소비자는 한 달 치 40만~50만원인 위고비를 싸게 살 수 있다. 위고비 출시 첫 달 1억원에 그쳤던 A약국의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은 올해 1월 10억원, 4월 25억원, 9월 37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갔다.

그래픽=김현국

정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위고비를 싸게 살 수 있는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약국 가맹점 결제액 1위’ A약국은 위고비 국내 출시 직전인 지난해 9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 상위 1·2위 병의원이 모두 종로구에 있다. 위고비는 고도비만자에게만 처방 가능한 전문의약품이지만,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처방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위고비 처방 건수는 작년 10~12월 4만9815건에서 올해 상반기 34만5569건으로 7배 증가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이 의원은 “영세 소상공인과 거리가 먼 약국·병의원의 가맹을 재검토해 제도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