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 산하기관의 직원들이 정책자금을 빼돌려 사익을 추구한 사실이 속속 확인됐다. 정책자금 심사와 집행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관리 부실과 산하기관의 느슨한 내부통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두 명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카페 박람회. 기사와 무관./뉴스1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소진공에서 직접 대출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A씨는 2020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업체에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2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세금계산서를 급조해 발행했다가 취소하고, 이 취소된 세금계산서를 매출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등 대출 심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부당 실행된 대출금은 당초 신청 목적인 스마트 설비 도입 자금이 아닌 프랜차이즈 커피 창업 자금 등으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직접 실행한 1억2000만원을 포함해 A씨 아버지가 받은 대출금은 총 1억5600만원으로, 전액 상환되지 않아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새출발기금에 매각됐다. 공공기관 직원의 범죄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우게 된 것이다.

소진공은 A씨 면직을 요청하고, 업무상 배임과 사기, 조세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A씨의 상급자에게도 ‘경고’ 조치를 내렸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광고 홍보 담당자 B씨가 공단 몰래 개인 회사를 차려 놓고 광고 일감을 자신의 회사에 몰아주는 수법으로 광고비 29억7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B씨는 6년 넘게 광고비를 유용했지만 내부 감시가 작동하지 않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중진공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뒤에야 횡령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감사원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B씨를 수십 년간 동일 보직에 두고, 해당 업무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점이 공금 횡령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B씨는 감사 착수 직후 숨졌으며, 관련된 지인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 산하 공영홈쇼핑도 구설에 올랐다. 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C 본부장이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위한 중기부 최대 소비 촉진 행사 동행축제 개막식 참석차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협력사 등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내부 블라인드 등을 통해 확산한 것이다.

공영홈쇼핑이 이런 경위를 파악해 김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 본부장은 동행축제 개막식 이틀 전인 8월 28일 유연근무 후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갔으며, 29일은 개인 용무로 연차를 쓴 점이 확인된다. 회사 측은 “연차 일은 사생활 영역으로 원칙적으로 조사 권한이 없다”면서도 “본부장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자료로는 출장 항공권과 숙박비 지출 내역만 제시했다.

일각에선 부실한 내부 감시망 속에서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의 잦은 교체, 공석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중순까지 기조실을 이끌던 이대희 전 실장이 중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공석이던 해당 직위는 최근에야 후임이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