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보는 모습./뉴스1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한 뒤 최근 1년간 병원이 특수를 누려 비판받은 가운데, 이미 가맹이 가능했던 약국들 역시 조용히 ‘온누리 특수’를 누려온 정황이 확인됐다. 그중 서울 종로의 A약국은 최근 1년간 온누리상품권으로만 19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본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1년간 온누리상품권 신규 가맹에 등록한 약국은 1119곳, 이들 매장의 결제액은 총 344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누적 가맹 약국 수가 2222곳, 결제액이 총 100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사이 약국의 온누리상품권 특수가 가속화한 것이다.

약국은 애초부터 온누리상품권 가맹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상점가와 골목형 상권 지정을 확대하면서 신규 가맹이 늘었고, 여기에 할인율이 높은 디지털상품권 이용이 늘며 결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로 A약국은 단일 가맹점 기준 압도적 매출 1위로, 최근 1년간 온누리상품권 결제액만 199억원에 달했다. 전체 가맹 약국 결제액의 20%가 한 약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뒤를 이은 광주 서구 B약국(11억원), 경기 안산 C약국(8억원), 서울 종로 D약국(7억원), 부산 연제구 E약국(6억원) 등은 격차가 컸다.

온누리상품권은 상시 5~10% 할인, 명절엔 최대 15%까지 할인돼 소비자 유입 효과가 크지만, 일부 약국이 상품권으로만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은 ‘상품권 깡(할인 판매하는 상품권을 사서 현금화)’ 등 부정 유통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그러나 올해 현장 점검에서 A약국이 상품권 깡 업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약국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 내에 위치해 장사진을 칠 정도로 고객이 몰리고, 대표자가 상품권 이용 절차를 숙지해 고객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등 취약 상권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병원·약국 같은 고매출 업종으로 혜택이 집중되자 제도 왜곡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점포의 가맹 등록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김원이 의원은 “특정 약국에 수백억의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몰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법 유통의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하며, 병의원과 약국 등 보건업종의 가맹이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에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