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때문에 중국 저가 제품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어요. 연간 170억원 벌던 회사가 이제 1년에 수십억 적자를 보는 게 말이 되나요?”

최근 만난 중소기업 와토스코리아의 송공석(73) 회장은 “적자가 더 커지기 전에 사업을 접어야 하나 걱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973년 설립된 와토스코리아는 양변기 안에 들어가는 밸브 등 주요 부품을 만드는 이 분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17년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벌써 20억원의 영업 손실이 나는 등 최근 적자가 쌓이며 고민이 깊다.

와토스코리아 송공석 회장

업계에선 2022년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표지인증(EL223)’이 발단이라고 지목한다. 이 인증은 양변기 부품과 양변기 몸체인 도기(陶器)를 함께 포장해야 발급해 준다. 양변기 완제품을 조립해 만드는 회사는 이 인증이 있는 부품과 도기만 써야 한다. 정부는 양변기 부품과 몸체가 제대로 맞지 않아 생기는 불량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간 업계에선 양변기를 만들 때 몸체인 도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데 사람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중국산을 수입했다. 대신 섬세한 주요 양변기 부품은 국산을 썼다. 하지만 새 인증 도입으로 한국산 부품을 중국에 보내 도기와 함께 포장하거나, 중국산 도기를 한국에 들여와 포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송 회장은 “우리 부품을 중국에 보내 포장한 후 다시 한국으로 수입하면 관세가 이중으로 붙고, 중국산 도기를 들여와 그 안에 부품을 넣어 포장하면 별도의 인건비가 또 든다”며 “결국 국산 양변기 부품값이 오르는 셈이라, 완제품 제조사들이 ‘이럴 거면 도기와 부품 모두 중국산을 쓰겠다’고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이제야 이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송 회장은 그러나 “업계 1위인 우리도 거래처가 줄줄이 떨어져나가는데 더 작은 회사는 못 버틸 것”이라며 “정부에서 국내 기업 보호를 해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중국산 수입을 늘린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