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에서 개막한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은 올해 18회를 맞는 중소기업계 최대 연례행사 중 하나입니다. 올해도 전국에서 중소기업 대표 400여 명이 찾아와, 저마다 맞닥뜨린 경영상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포럼에선 예년에 비해 ‘명사 초청 강연’ 코너가 유독 주목받았습니다.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교양 강연인데, 일부 초청 명사가 노골적인 친여 성향을 띠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을 지낸 성남시와 인연이 있었던 인사라는 점이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연사가 인문 분야 강연을 맡은 황창연 신부입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 칭찬하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가리키며 “그동안 2년 반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죄 없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었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역사 강연을 맡은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 역시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과 더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로 통하는 ‘매불쇼’ 등에 여러 번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건강 분야 강연을 한호성 성남시 의료원장이 맡은 것도 주목받았습니다. 성남시 의료원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추진해 만든 곳으로, 스스로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는 곳입니다.

지난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명사 초청 강연에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산악인 엄홍길씨가, 재작년에는 경제 전문가인 김광석 한양대 교수, 배우 김영옥씨 등이 각각 연사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비교하면 올해 행사에서 유독 특정 정치 성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뒷말이 나옵니다. 중기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인도 “강연자 명단에서 정권이 바뀐 것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중기중앙회 측은 “각 분야에서 지명도 있는 인사들을 추천받아 선정한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예컨대 한호성 원장은 암 수술 권위자라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연사로 선정했고, 다른 연사들도 예전에도 초청을 검토했던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중기중앙회 설명처럼 단순한 우연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영난 타개라는 본질적 과제보다 외적인 요소가 부각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