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5월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경관농업단지에서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가 파종하는 모습. / 김동환 기자

미국발(發) 관세로 한국 농기계 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이들은 북미 시장에 10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를 주력으로 수출해 왔는데, 관세 부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최대 강점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업계는 여러 농기계 업체의 ‘공동 기술 개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격차, 농가의 높은 초기 비용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농기계 업체들은 매출의 70% 안팎을 트랙터 수출에서 거둔다. 이 가운데 미국은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상호 관세 15%를 부과한 데 이어, 트랙터 부품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함유량에 따라 최대 50%까지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상호 관세 15%에 원자재 비중을 고려한 추가 부담까지 합치면 평균적으로 18~20%의 관세를 낼 것으로 추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진 기존 재고로 버티겠지만 내년부터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존디어·구보타 같은 글로벌 강자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만큼, 이젠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연합체로 자율주행 속도전

국내 업체들은 발 빠르게 기술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TYM은 자회사 루트·TYMICT를 비롯해 AI 설루션 기업 마음AI, 농업 데이터 기업 AIS, 작업기 제조사 두루기계·온누리기계 등 10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트랙터와 작업기의 자율 주행·자율 작업 기능을 통합 구현할 방침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블룸스버그에 위치한 ‘TYM 노스이스트 캠퍼스’ 전경. /TYM

앞서 이달 3일 대동의 로봇 자회사 대동로보틱스도 뉴로메카·뉴빌리티 등 8개 AI 기업과 협의체를 꾸렸다. 이를 통해 내년 1분기에는 국내, 연말에는 북미 시장에서 자율 주행 트랙터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LS엠트론도 올해 5월 농촌진흥청과 ‘스마트 농업 협력 협의체’를 꾸리고 자율 작업 농기계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기업이 뭉치는 이유는 투자 여력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개발로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대동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지만 농업 생산성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아직 북미·유럽에서도 자율 주행 트랙터 보급이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술 개발을 서둘러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싼’ 옵션, 농가 지갑 열릴까

문제는 이런 기술이 당장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 중소형 트랙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식었다. 북미기계장비협회(AEM)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취미 농사 열풍으로 2021년 32만대까지 늘었던 10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 판매량은 지난해 20만900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20만대 벽’마저 무너져 19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기업 실적도 그 여파로 내리막이다. 업계 1위 대동은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2022년 883억원까지 올랐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8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LS엠트론 역시 매출 1조원대를 지켰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2억원에서 277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2022년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던 TYM은 지난해 매출 7888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에 그쳤다.

또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이 기술이 적용된 트랙터는 상대적으로 더 비싸기 때문에 농가에서 적극적으로 구입할지는 시장 상황에 달렸다. 자율주행 트랙터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전체 시장이 성장하며 신기술을 도입할 때 쓴 투자비를 회수, 매출이 커지는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용화된 3단계 자율주행 옵션은 기존 트랙터 가격에 5~10% 정도가 추가되지만,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고가의 센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4단계부터는 그 이상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자율주행 고도화 과정에서 이미 투입되고 있는 투자비 역시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