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K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특허 침해 등의 소송에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정보 수집을 용이하게 해 증거 확보를 돕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증거 확보가 안 돼 소송에서 억울하게 지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소관 부처 협의를 거쳐 연내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피해 기업과 기술 탈취 기업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피해 기업의 소송 부담을 덜기 위해 K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기술 자료, 특허, 영업 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나 변리사 등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는 전문가 사실 조사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조사 비용은 패소한 기업이 부담할 전망이다.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중기부나 공정위 등 행정기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자료 제출 명령권도 신설됐다.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자료를 미제출하는 경우에는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간 법원이 당사자인 탈취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었으나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이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기술 탈취에 대한 손해배상액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중기부에서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기술 탈취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인용한 금액은 평균 1억4000만원으로 피해 기업의 청구 금액인 8억원의 17.5%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침해당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 비용까지 손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손해액 산정 기준을 바꾼다.

기술 탈취 예방책도 추진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업 비밀 분류 자동화와 유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는 보안 설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국민신문고를 본뜬 ‘중소기업 기술 분쟁 신문고’를 신설해 중소기업들의 신고 창구를 따로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