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멀티플렉스 등 이른바 국내 ‘플랫폼’이 부진을 겪고 있다. 국내 제작 영화와 드라마 등이 해외에서 화제를 모으며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모습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너지를 바탕으로 토종 OTT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3 팝업을 찾은 시민들이 드라마 조형물을 관람하고 있다./뉴스1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OTT 기업 왓챠의 일본 법인 ‘왓챠 재팬’은 지난해 매출 약 2억7900만원, 당기순손실 3288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적자를 냈다.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사업을 관리하는 홍콩 법인 CGI홀딩스는 2023년과 지난해, 올해 상반기까지 당기순손실 약 54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중국 산둥성에 세운 현지 법인을 청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중국 후베이성 법인을 매각한 데 이어 산둥성 법인까지 청산 절차를 밟는 중이다. 베트남 외에 해외 사업을 사실상 철수하고 있는 셈이다.

멀티플렉스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사이 국내 콘텐츠는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가 2018년 기준 550편으로 늘어나는 등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체 가입자의 80% 이상이 최소 한 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각 사 제공

멀티플렉스에 이어 OTT도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8996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을 올리는 사이 CJ ENM 계열 티빙은 지난해 약 710억원, SK스퀘어와 지상파 3사가 만든 웨이브는 약 27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적자를 냈고, 왓챠는 회생 절차를 밟을 만큼 기업 존속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티빙과 웨이브가 각각 16%, 11%가량으로 넷플릭스(31%)에 밀리고 있다.

OTT 태동기에 여러 플랫폼이 각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구독자와 데이터가 분산됐다는 점이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개별 OTT가 독자적인 서비스를 전개하면서 사용자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지 못했고, 자체 콘텐츠 투자도 늦었다.

국내 OTT 회사에 재직했던 한 관계자는 “왓챠가 2022년 ‘좋좋소’를 선보이는 등 국내 OTT 기업은 2020년부터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했는데 넷플릭스는 그보다 10년 전부터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뒀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기가 늦고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외 이용자 관심을 끌기에도 부족해 출발선부터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빙과 웨이브가 2026년 말까지 요금을 인상하지 않는 조건으로 두 OTT의 합병을 승인했다.

현재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 KT가 합병 향방에 키를 쥐고 있다. KT는 티빙·웨이브 합병 이후 스튜디오지니 콘텐츠 입지 축소, IPTV 가입자 감소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빙·웨이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191만명으로 넷플릭스(1480만명)와 견줄 만한 수준이다. CJ ENM이 제작한 드라마들이 국내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합병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 여부가 성장세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는 축소되는 추세고 OTT는 콘텐츠와 결합해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토종 OTT 플랫폼 육성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고 제작·투자 규모가 확대되면 해외 OTT와 경쟁할 만한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