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상호 관세가 현실화하고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품목 관세가 확대되는 등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중견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올 하반기 수출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1일 나타났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2025년 하반기 중견기업 수출 전망 및 애로 조사’를 발표하며 중견기업 61.5%가 올 하반기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 50%는 상반기 수출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9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전자부품,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업종 중견기업 2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견기업의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상반기 조사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올 상반기엔 중견기업 38.7%가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때보다 22.8%p가 더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중견기업들이 하반기 수출 악화를 전망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67.5%)’와 ‘관세 부담 증가(53.7%)’였다. 그러면서 중견기업들은 수출 실적 악화에 대비해 ‘수출국 다변화(55.3%)’와 ‘품질 향상 및 가격 조정(35.8%)’, ‘내수 비중 확대(35.0%)’, ‘신제품 출시(20.3%)’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중견기업들은 향후 수출 전략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제 이슈로 ‘미국 통상 정책 및 법률·제도 변화(49.5%)’를 꼽아 트럼프발 고관세 정책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 시장 변동성(19.0%)’, ‘미·중 경쟁 심화 및 공급망 재편(10.5%)’ 등 중국 관련 이슈도 2·3위를 차지했다.
중견기업들이 상반기 수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애로를 겪은 국가는 미국으로 49%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그 뒤를 중국(18%), 베트남(5.5%), 일본(3.5%) 등이 이었다. 다만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최우선으로 신규 진출을 모색하는 국가 역시 미국이 17.5%로 1위였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를 베트남(15.0%), 인도(14.5%) 등이 이었다.
중견기업인들은 통상 환경 개선을 위해선 ‘다자간 통상 체계 복원 및 보호무역주의 대응 강화(46.5%)’와 ‘내수 중견기업 수출기업 전환 지원 및 전문 무역 상사 연계(15.5%)’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수출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는 ‘무역·수출 금융 지원 확대(47.0%)’와 ‘주요 원자재·부품 수입 관세 인하 및 수급 안정 지원(24.5%)’ 등을 꼽았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과 정상회담을 통해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관세 부담은 엄연히 증가했고 세계 경기는 둔화하고 있으며 공급망은 재편되는 등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역금융 확대, 원자재 관세 인하, 물류 인프라 지원 등 정부 지원을 전향적으로 강화해 변화하는 무역·통상 환경에 대한 산업 전반의 대응 역량을 증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