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캐릭터나 콘텐츠 IP를 단순 굿즈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IP 그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수익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IP를 중심으로 확장 가능한 브랜드 구조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 디자이너 신선호 대표(사진)가 이끄는 에프엑스아이피(fxIP)다.

“삼성전자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한 뒤, 디자인 회사를 먼저 창업해 브랜드 제작을 했어요. 그러다 IP기반 제품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고, 본격적으로 fxIP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디자인 회사를 직접 운영하며 수많은 브랜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IP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 성장의 핵심 엔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요즘 소비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잖아요. 브랜드의 세계관, 감도, 팬덤까지 모두 포함한 경험을 소비하는 거죠. IP는 이 모든 걸 관통할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도구예요. 단발성 굿즈로 끝날 게 아니라, 이걸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fxIP의 비즈니스는 일반적인 라이선스 대행과는 다르다. 브랜드와 IP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넘어서, IP와 브랜드 모두를 주체로 삼아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삼성, 애플, 포켓몬, 아톰, 크리에이터 잇섭 등 다양한 글로벌 IP와 브랜드를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조율하고, 이를 구체적인 제품과 경험으로 전환해 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톰 아이폰 에디션’이다. 일본 원작 IP ‘아톰’, 애플 리셀러 네트워크, 그리고 IT 유튜버 잇섭을 결합한 이 협업은 단일 프로젝트로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서는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전예약 완판은 물론, 글로벌 자사몰 개점 등으로 이어지며 ‘IP 비즈니스가 구조적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일본 아톰 원작사에는 직접 기획서를 들고 제안하러 갔고, 애플에도 여러 리셀러 채널을 통해 설득을 시도했어요.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획에 공감해 줬고, 결국 프로젝트가 성사됐습니다.”

fxIP는 지난해 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약 7000만 원은 글로벌 자사몰을 통해 발생했다. 신 대표는 2025년에는 연 매출 100억~150억 원, 글로벌 매출 비중 2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크림, 무신사, CJ온스타일, 카카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유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더현대, 신세계 등과의 오프라인 팝업도 꾸준히 전개 중이다.

차별화 포인트는 ‘실행력’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IP를 활용하고 싶어도 디자인이나 제조,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고, 반대로 IP 보유자는 커머스 운영에 서툰 경우가 많다. fxIP는 이 양쪽의 니즈를 모두 파악하고, 감도 높은 제품으로 빠르게 실행한다. 디자인, 제조, 풀필먼트, 고객 대응까지 전부 인하우스로 통합돼 있어 효율성과 품질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젝트도 본격화하고 있다. SM 아티스트, 개인 소속 아티스트 등과 협업해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머천다이징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가 자체 플랫폼을 갖춘 것과 달리, 중소형 소속사에게 새로운 커머스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 대표는 “IP 기반 브랜드 비즈니스가 아직은 구조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라며 “우리가 먼저 산업 구조를 만들고, 시장을 설득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fxIP의 중장기 로드맵으로 자체PB(Private Brand) 출시, 글로벌 진출, 2028년 상장(IPO)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