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박물관 상품관’. 한국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제작한 박물관 굿즈인 ‘뮷즈’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박용선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20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적은 처음입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박물관 상품관’. ‘까치호랑이 배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박물관 ‘뮷즈(museum+goods)’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방학을 맞아 엄마와 박물관을 찾은 초등학생부터 친구와 함께 왔다는 중고등학생, 30~40대 성인들까지 다양했다. 간간이 외국인들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전통 문화가 담긴 K팝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박물관을 찾았다.

상품관 매장 직원은 “2주 전부터 평소보다 손님이 약 2~3배 많이 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온 건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 박물관과 상품관이 오픈하는데, 9시 정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매장이 열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박물관 굿즈(상품)를 뜻하는 뮷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독창성, 실용성을 더해 만든 제품이다. 단순히 과거 유물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등의 뮷즈가 품절됐다. /박용선 기자

이날 상품관에서 판매되는 뮷즈 10개 중 1개꼴로 ‘품절(SOLD OUT)’이라고 적혀 있었다. 품절 제품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소형 백자 달항아리,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나전 호랑이 손거울, 팔주령 목걸이 등 다양했다.

뮷즈의 인기는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애니 케데헌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케데헌의 인기가 국립중앙박물관이 만드는 굿즈인 뮷즈 판매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까치호랑이 배지는 한국 전통 민화인 작호도(鵲虎圖)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다.

매장 관계자는 “까치호랑이 배지가 일주일에 한두 번 입고되는데 오늘은 입고되지 않았다”며 “이 제품은 입고된 날 오전에 모두 판매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에서 품절된 제품 대부분 ‘일시 품절’이었다. 이날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숍은 접속자가 몰려 접속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픽=정서희

박물관 뮷즈는 케데헌 방영 이전부터 판매가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116억9200만원이던 뮷즈 매출은 2023년 149억7600만원, 2024년 212억8400만원, 올해 상반기 114억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케데헌이 가세했다. 올해 7월 한 달 동안 뮷즈의 매출은 49억5200만원으로 지난해 7월(17억6600만원)과 비교해 180% 증가했다.

뮷즈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박물관 전시를 즐기는 관람객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박물관 관람객은 74만2167명으로 전년 7월(36만1493명)보다 105%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한국 문화 향유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뮷즈 개발은 물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 교육, 행사를 진행해 한국 문화 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 관람객 급증으로 인한 내부 혼잡과 박물관 진입 주변 도로 교통 체증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 분산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을 바로 옆 박물관 부지 내에 신축하고 관람 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최휘영(사진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컬처 성장에 있어 ‘전략 거점’ 박물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장관 왼쪽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뉴스1

앞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3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최근 박물관 관람객 증가와 뮷즈 판매 상황 등을 점검했다. 최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K컬처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자, 고부가가치 문화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박물관 자산 등 우리 전통 유산이 (정부가 추진하는) K컬처 시장 300조원 달성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