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린 가스 배관에 쓰인 구부러진 파이프는 약 90% 이상이 저희가 납품한 것입니다.”
성일에스아이엠 우창수(50) 대표는 “가스 배관 외에도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각종 플랜트에 들어가는 수백, 수천 종의 파이프에 우리 회사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접 파이프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금속 재질의 파이프에 열을 가해 안정적으로 구부리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그 핵심이 ‘고주파벤딩’이다.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내서 파이프를 가열해 원하는 모양으로 구부리는 기술이다. 우 대표는 “지름이 80인치가 넘거나, 두께가 130㎜가 넘는 대형 배관을 구부려도 갈라지지 않고 고온과 고압에 잘 변형되지 않는 게 기술력의 차이”라고 했다. 성일에스아이엠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미국 GE, 독일 지멘스 등 국내외 대기업에 파이프를 가공해 납품한다. 일본, 중국, 대만 등 39국에 수출하며, 작년 회사 전체 매출 828억원 중 수출 비율이 84%(697억원)에 달한다.
1978년 우 대표의 아버지인 고(故) 우양호 회장이 부산에서 창업한 ‘성일기계공업사’가 회사의 전신이다. 당시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금속 파이프가 두루 쓰였지만, 고열(高熱)로 구부리는 고주파벤딩 기기는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성일에스아이엠은 우 회장의 주도로 일본에서 기술 고문까지 영입해 3년간 연구에 매달려 국내 최초로 고주파벤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구부러진 파이프 겉에 합성수지(PE)를 입혀 코팅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우 대표는 “46년간 회사가 크게 도약하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며 첫째로 1987년 한국가스공사에 전국 배관망에 쓰인 파이프를 납품한 일을 꼽았다. 가스 배관은 어떤 모양에도 두께가 일정해야 하고, 땅속에서 부식되지 않게 합성수지로 표면을 코팅해야 한다. 성일에스아이엠은 두 기술을 모두 보유한 덕분에 협력사가 됐고, 38년째 가스 배관을 납품하고 있다.
두 번째 기회는 중소업체 중 처음으로 원전 사업에 쓰이는 배관 가공 일감을 따낸 2003년이었다. 성일에스아이엠은 새울 3·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원전 14기에 투입되는 배관을 가공했고, 지난 9월 착공한 신한울 3·4호기 사업도 수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도 참여했다. 우 대표는 “앞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나 수소암모니아 플랜트, LNG 터미널 사업에도 배관을 납품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