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님들께서 투자를 받으면 ‘이제 세상이 나를 알아줄 거야’라는 기대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 유치는 그저 시작일 뿐이고, 그 자체가 특별히 주목받을 일은 아닙니다. 언론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결과물이 아니라 일종의 약속으로 인식됩니다. 대표님들께 ‘이걸로 기사가 크게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알토스 같은 투자사의 PR 커버리지는 상대적으로 기사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 세상에서 돌아가는 수천 가지 일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유니콘 밸류에이션이거나, 어마어마한 금액의 투자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면 사실 큰 관심을 끌기는 어렵습니다. 설사 그런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 해도, 다음 날이면 모두 잊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표님들께서 간혹 ‘우리 회사는 이제 포브스나 블룸버그, 테크크런치 같은 외신에서 당연히 다뤄줄 거야’라고 기대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 가능성은 낮습니다. 외신 기자들에게는 수천, 수만 개의 스타트업 소식이 매일 들어오고,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차별화를 가지고 있는지 설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진정으로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가?’를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PR은 단순히 기사 한두 건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실제 성과와 메시지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과정임을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주목받을 일은 투자 이후의 성과와 결과물에서 나옵니다. 대표님들께도 항상 그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알토스벤처스는 투자 이후에도 ‘더더더’의 정신을 강조하며 포트폴리오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VC입니다. 업계에선 알토스의 ‘더더더’ 정신에 대해 “스타트업과 창업팀의 잠재력을 120% 발휘하게 해준다”는 이야기 외에도, “알토스 투자를 받으면 창업팀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년 ‘투자받고 싶은 VC’ 순위에서 1위를 줄곧 지키는 것은 그만큼 알토스와 포트폴리오사의 화학작용이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과로 이어지고, 알토스의 투자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런 알토스에서 3년째 PR을 맡고 있는 정인혜 커뮤니케이션 리드는 스스로를 “자본시장에서 가장 자본스럽지 않은 일을 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합니다. 돈과 숫자 밖에 있는 영역, 홍보과 대관, 그리고 포트폴리오사와의 밀접한 스킨십을 담당한다는 것이죠. 내일의 매출이 더 중요한 스타트업도 정부, 언론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알토스는 어떻게 포트폴리오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고, 왜 이런 역할을 뒀는지. 여러 스타트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운 정인혜 리드가 창업자들의 PR, GR(대관)에 대해 하고 싶은 조언을 담았습니다.

정인혜 알토스 커뮤니케이션 리드 /정인혜 제공

-왜 투자사가 포트폴리오사의 PR을 도와줘야 하나요
“회사와 투자사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회사는 약 20개 정도로, 각 회사의 상황에 따라 소통의 깊이와 방식이 달라지는데요. 예를 들어 토스, 당근, 직방과 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은 메시지와 입장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담당자분들과 라포를 쌓고 제가 받는 도움이 더 많고 큽니다. 반면에, 투자 초기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와 관련된 보도자료 작성이나 이를 외신 및 언론사에 피칭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요. 각 회사에 맞는 PR을 하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유치 사실을 알리는 것부터 여러 PR이 채용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자본을 어디서 확보했느냐에 따라 인재들이 그 회사를 눈여겨보게 되고, 움직임도 달라지기 마련이죠. 이런 메시지를 대표가 개인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사가 적극적으로 언론과 협력하여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직접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요새는 에이전시도 많고요
“포트폴리오사가 PR에 쓰는 고정 비용을 쓰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도록 돕기 위해서요. PR 전문 대행사와의 계약이나 인하우스 팀 채용은 초기 스타트업들에겐 큰 비용입니다. 투자사가 직접 인원을 채용하거나 외부 계약을 맺는 것도 탐색과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회사 차원의 비용이고요, 알토스는 포트폴리오사가 효율적으로 회사의 외부 이미지를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죠. 스타트업은 불필요한 초기 비용을 줄이고, 알토스는 포트폴리오사와 브랜드를 알리고 PR의 이면에는 알토스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회도 있습니다. 윈-윈이죠. 단순히 회사를 돕는 것 이상의 전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알토스 투자 자체로 PR 효과를 볼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PR의 우선 지원 순위 스타트업들은요?

“투자한 회사들에 대한 PR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대상은 투자 직후의 회사들입니다. 투자금이 들어가고 계약이 완료된 이후, 약 한두 달 동안은 집중적으로 PR을 1순위로 올립니다. 이 시기에는 회사가 진행하는 사업과 시장에 대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도자료든 인터뷰든 혹은 특정 시장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하죠. 물론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저와 알토스가 모든 PR을 챙길 수는 없습니다. 회사가 커지면서 각 사일로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내용을 제가 전부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회사 스스로 전문적인 PR을 맡길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언합니다.”

-규모가 되면 둥지를 떠나야하지 않겠습니까. 유니콘이거나, 상장 직전의 기업 규모거나요. 알토스의 PR 지원을 떠나는 기준이 있나요.

“회사들이 보도자료 요청이나 인터뷰 협조를 꾸준히 요청하기 시작할 때, 이를 빈도와 정성적인 감각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 이상 보도자료를 요청하거나 사업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회사라면, PR 전문 에이전시와 협력할 것을 제안합니다. 채용보다 에이전시를 먼저 추천하는 이유는, 컨셉에 맞지 않는 인원을 채용하면 비용적으로 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에이전시는 특정 산업군이나 분야에 전문화된 팀을 보유하고 있어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이런 전환이 이루어지는지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회사와 제가 협력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PR 수요가 증가할 때가 전환점을 제안하는 시기가 됩니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은 회사 대표님의 몫이고 저희는 그걸 최대한 효율적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결정하는 걸 돕는거죠.”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알토스의 투자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PR 효과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 투자사들은 이미 이를 경험했기 때문에 저희와의 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알려지는 효과를 기대하며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아직 투자받지 않은 회사들 중에서도 알토스의 브랜딩과 PR 활동에 매력을 느껴 투자 요청을 해온 사례가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회사는 IR 미팅 자리에서 저희의 브랜딩과 네트워크가 본인들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 투자받기를 원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알토스와 함께라면 비즈니스적으로 매출 증가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런 이유만으로 알토스 투자를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알토스 구성원들도 미팅에서 ‘만약 이게(PR과 알토스 투자 회사라는 브랜딩) 저희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1순위 이유라면, 사실 알토스 투자는 꼭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알토스의 투자와 PR 효과가 부수적인 이점은 될 수 있지만, 이는 절대 조건이나 필수 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 결정은 회사의 사업 비전과 전략적 목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매년 알토스 포트폴리오사 CEO들이 모여 함께 하는 CEO 나이트 행사 /알토스 제공

3. “스타트업에 대한 국회, 정부의 관심도 커졌다”

-흔히 말하는 대관, 포트폴리오사의 GR도 서포트합니다.“GR이랑 정무적 판단을 스타트업도 키우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얼마전 기회 주셔서 보좌진 연구모임에서 ‘VC와 스타트업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요. 국회라는 조직이 우리에게 되게 생경해보이지만, 사실은 너무 많은 그리고 무겁고 중한 사안을 결정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먼저 내가 해보고, 괜찮고 좋고 도움되면 포트폴리오사들도 입법기관이나 여러 단체, 지자체 등과 소통할 기회를 갖도록 권해요. 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하세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전문가는 아닐지언정 경험을 알려드리는 건 스타트업 대표님과 그리고 팀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캐치프레이즈가 ‘해보고 좋은 건 회사에 권합니다!’에요 물론 내 판단이 다는 아니기에, 회사도 가능한 경험해보실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납득되실 수 있게 설명을 잘 하려고 노력하죠. 그래도 대표님들께서 ‘알토스가 권하면 한 번 해봐도 좋겠어’ 라고 해주시는 게 대부분이라 항상 감사드립니다.

-정부나 국회 관계자를 만난다는 것은, 결국 해당 스타트업 대표나 담당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그들도 투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은 아닐텐데요.“스타트업 창업자나 내부인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사는 외부 조율자 역할입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며 느낀 것은, 투자사 담당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표님들이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정말 필요할 때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대표님의 시간은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활동에 집중되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특정 간담회나 토론회 참석 요청이 있을 때가 그렇습니다. 보통 국감 시즌이거나 기재부가 예산을 확정하기 직전, 여러 간담회나 행사 참석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주최 측에서는 항상 대표가 직접 나와야 한다고 요청하는데, 대표 입장에서는 모든 요청에 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런 자리가 실제로 의견을 수렴하거나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이럴 때 저는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의도와 행사 목적, 그리고 해당 자리에서 대표님의 목소리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만약 정말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되면 대표님께 적극 권유드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는 굳이 나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드리는 식으로 시간 활용을 조율합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창업자나 대표가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대관 업무는 체계적이기 쉽지 않고, 돌발 이슈가 많이 생깁니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고요.“국회가 이전보다 스타트업과 IT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민생과 기업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명확히 모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분들도 스타트업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생소한 환경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알토스에도 여러 문의가 들어오곤 합니다. 이때 알맞은 스타트업을 소개하거나, 연결하는 역할도 알토스가 하고요. 특히 GR 같은 네트워크 활동에서 중요한 점은 기업 간 협력입니다. 가령, 유니콘 규모의 큰 스타트업의 GR 이슈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 그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사들 간에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물론, 모든 포트폴리오사가 이러한 지원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거나, ‘방향이 내 기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지를 두 가지 이상 제시하고 회사가 직접 결정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A 방향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B 방향도 검토 가능합니다. 선택은 회사의 맥락에 따라 결정하십시오’라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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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트폴리오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데이터가 있다

-기억에 남는 성공적인 PR 사례는요.

-알토스는 투자팀과 지원팀을 따로 구분하진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PR이나 GR 때문에 자주 소통하다보면 실제 포트폴리오사의 분위기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도 있지 않나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국회 보좌진 연구모임에서 발표하는 정인혜 리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5. “꼭 사진을 찍어두시라, 팔짱은 빼시고”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선 국회나 정부에서 만나자는 것이 겁이 나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PR에 대해 꼭 하고 싶은 조언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