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드레이크 해협(Drake Passage)’. 전 지구상에서 가장 험악하고 위험한 바다로 손꼽히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와 남극 대륙을 가로지르는 해협이다. 남위 60도 선이 지나가며 ‘절규하는 60도(Screaming 60s)’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지리적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구분하는 기준이되는 동시에 인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기점이 된 지역이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은 이 해협을 빠져나가는데 36일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5척의 배 중 2척을 잃고 많은 선원들이 사망했지만, 그 끝에서 마젤란은 무한히 넓고 잔잔한 ‘태평양(Pacific Ocean)’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진 대항해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오늘날의 에너지 산업 또한 과거 전통적 화석연료 기반 위에 구축된 경제 체제에서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으나, 과정에서 높은 초기 투자 비용, 생태계 인프라 구축 비용, 기술적 간극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제성 부족의 문제가 시장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시장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환경에서, 매우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기회의 바다인 ‘해상 풍력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항로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주식회사 콤스(KOMS)’ 이다.

◇국내 해양플랜트 업계 전문가들이 뭉쳐 만드는 혁신

콤스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해양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해양 조선 업계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김장진 대표와 함께 30년 이상의 해양 플랜트 분야 C-Level 임원들이 한데 모여 설립한, 해상풍력 전문 엔지니어링 원천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문 전문적 맨파워(manpower)를 지닌 기업이다.

김장진 콤스 대표. /콤스 제공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약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30여개 이상의 선박 및 플랜트 관련 EPC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국내 조선해양 산업의 메가사이클을 여러번 겪어온 김장진 대표는, 현대에 들어 계속된 저유가 시장트렌드로 인해 신규 해양 플랜트 발주량이 침체기에 들어서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서의 탈탄소 전환으로 인한 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식회사 콤스를 설립했다.

기존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업계의 호황시절부터 우리나라가 수십년간 쌓아온 해양 엔지니어링 산업에서의 기술적 경쟁력과 고도의 인적 자원, 수준 높은 산업 인프라 환경 등이 그 동안의 전통적 오일 기반 플랜트 산업군에서는 더이상 지속가능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빠르게 성장할 ‘해상 풍력’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필자는 콤스 팀과의 첫 만남에서 다른 무엇보다 이들의 높은 산업 경험과 네트워크 역량이 매우 독보적 경쟁력이자, 해상 풍력 도메인에 벤처 투자를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폐쇄성이 있고 높은 경쟁환경 속에서의 혁신에 수용적이지 않은 에너지 산업의 특성, 그 속에서도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생태계 이너서클(Inner-Circle)에 진입해야하는 해상 풍력 시장은 단순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이론적 기술만으로 사업화를 하기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그 예로, 콤스는 2019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연구소기업으로 출범한 이래, 연구소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는 해양구조물 설계검증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심해공학수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실제 해상 및 심해 환경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상태에서 엔지니어링 솔루션에 대한 기술 검증을 콤스가 수행하는데 있어서, 연구소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산업 특성에 따른 이러한 인프라 접근 역량 자체가, 때로는 시장 내에서 아주 강력한 경쟁적 해자(Moat)로 작용하기도 한다.

심해공학연구센터 전경. /KRISO 제공

◇해상풍력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성과 한계 지점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속도는 CAGR기준 약 12.7%에 달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30년 기준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167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규모의 약 절반 정도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인데, 국내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부족한 토지면적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3면의 해양을 활용한 해상풍력 잠재력이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성장률과 자원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이를 저해하는 여러 한계 조건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타 에너지원과도 마찬가지로, 결국 LCOE* 비용이 아직 많이 높다는 문제이다. (*LCOE: Levelized Cost of Energy, 균등화발전비용. 비용이 적을수록 발전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LCOE 최저값은 조사 국가 9개 중 가장 높은 159달러/MWh 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다른 국가의 경우 최저값이 50-140달러/MWh 에 이른다. 결국, 경제성을 더 혁신적으로 향상시켜야 해상 풍력 시장 자체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에서의 CAPAX와 OPEX를 더 절감하여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발전용량을 더욱 키우며 채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오늘날 현실적인 방법은 후자로 귀결되며 계속해서 풍력 터빈과 블레이드의 크기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해상 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이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부가가치 영역인 해상 풍력 엔지니어링 설계에 대한 원천 기술 또한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많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나 덴마크 오스테드(Osted) 등에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띄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LCOE 저감을 위한 솔루션, K-WIND 시스템

콤스는, 해상풍력 LCOE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문제 정의 포인트로서 해상풍력 발전 단지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데에 집중했다. 실제로 해상풍력 단지 건설비용 중 약 45%에 해당하는 비용이 하부 구조물의 건설에 따른 구조물 제작 및 운반, 설치 비용이다. 근해 또는 원해의 해상영역까지 건설 자재를 이동시키고, 해상현장에서 이를 설치하는 현재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매우 큰 규모의 특수설치선을 필요로하는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특수설치선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에 초고가의 설치선단을 이용해야 하고 이 마저도 확보가 어려워 적정 시기에 공급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콤스의 해상풍력 LCOE 저감 기술 솔루션 중 가장 핵심이되는 포트폴리오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K-WIND’ 솔루션이다. K-WIND 솔루션은 해상 현장에서 해저 드릴링을 통해 기둥을 박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인근 연안 부두에서 하부구조물을 조립하고 예인선으로 현장에 이동하여 유압프레셔 기반의 잭킹(Jacking) 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자가 설치가 가능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러한 시공 방식의 변화로 설치일수를 기존 35일에서 단 7일로 줄일 수 있고, 특수선단 운용 비중을 대폭 낮춤으로서 운송설치 비용의 최대 70%를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콤스는 현재 K-WIND 솔루션의 5MW급 기술 개발을 마치고 글로벌 해양 엔지니어링 업계 최고 표준 인증인 ‘DNV선급’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약 40억 규모의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해상풍력 LCOE저감을 위한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10MW 규모의 스케일업 연구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콤스는 2025년을 목표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실증을 거쳐 확산 적용할 계획이며, 동시에 해상풍력 근해 시장 적용가능한 K-WIND 솔루션 뿐만이 아닌 원해에서 적용 가능한 부유식 해상 풍력 시장을 위한 탈부착형 계류 시스템 기술 또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K-WIND 시스템 이미지. /콤스 제공

◇파괴적 발상의 전환과 시장 타이밍

콤스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솔루션은 사실 굉장히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며 오랜 연구기간과 실증을 통한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기에 혹자에겐 성장로드맵이 다소 더뎌보일 수 있으나, 그 끝에서는 매우 실제 산업에서 파괴적인 비교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필자는 판단하여 투자를 하게 되었다.

환경적 조건에 따른 잠재발전량이 풍부하고 기존의 해양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력과 인프라가 이미 뛰어난 국내 여건과 정책적 방향성이 잘 뒷받침 해준다면 아직 태동 단계에 있는 글로벌 해상 풍력 시장을 국내 기업 또한 충분히 진입하여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해상풍력 단지는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등과의 결합을 통한 에너지 섹터 커플링을 구현하는 근간이 될 수 있기에 에너지 산업의 전반에 있어서 앞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그 수준을 인정받으며 국가 경제를 견인해온 조선해양 산업이 오늘날에는 그 모멘텀이 끝난 사양산업화로 넘어가는 것처럼 인식되는 지금, 콤스의 도전과 함께 우리가 가진 전통적 산업에서의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 가능성의 시너지를 해상풍력 시장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콤스 직원 단체사진. /콤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