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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P,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는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들의 투자사, 행사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DHP를 이끄는 최윤섭 대표도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는 항상 목소리를 내는 대표 인플루언서죠. 무엇보다 생각보다 작은 AUM에 놀랐습니다. 적은 돈으로도 업계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만 깊게 파고드는 투자사와 그가 궁금했습니다. 최윤섭 DHP 대표를 만났습니다.

최윤섭 DHP 대표 / DHP 제공

1. “다 똑같은 한국 투자사들, 차별화는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단어의 정의에서부터 산업을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정의는 정말 다양한 관점이 있죠. 어떤 분들은 이를 아주 좁게 보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넓게 보기도 하는데요, 저는 좀 넓게 보는 편이에요. 말 그대로 헬스케어라는 큰 분야 안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모든 부분을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 프린팅, AR/VR, 메타버스, 블록체인,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같은 기술이 있죠. 이런 것들이 다 건강 관리나 의료에 적용되면 디지털 헬스케어가 되는 거예요.

특히 요즘 인공지능이 핫한 기술이라서,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루닛(Lunit)이 있어요. 이 회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의료 영상을 분석하고 암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 진단부터 치료, 예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죠.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히 질병 치료를 넘어서 건강 관리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운동, 체중 감량, 수면 관리, 영양 관리 같은 일상적인 건강 관리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효과적이고 편리하게 할 수 있죠. 우리가 먹고 자고 운동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건강 관리와 의료 서비스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광범위한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분야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진화하면서 우리의 건강 관리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40여곳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포트폴리오사들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기도 하고. 분야가 넓기도 하고. 감이 잘 안 잡힙니다.

“그 중 절반은 완전한 메디컬 분야입니다. 이 메디컬 영역은 정말 하드코어한 의료들로, 질병 치료와 진단, 의사들이 사용하는 툴, 병원에서 쓰는 것들을 포함하죠. 메디컬 분야에는 아예 유전체나 AI 같은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딥테크가 포함되고요.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웰니스라고 부르는데, 이건 헬스케어 안에서도 의료가 아닌 부분들을 포함합니다. 메디컬 쪽은 질병 치료와 진단에 초점을 맞춘다면, 웰니스 쪽은 좀 더 말랑말랑한 것들이죠. 예를 들어 운동, 수면 관리, 체중 감량 같은 것들이 웰니스에 포함돼요. 여기에는 미용, 명상 같은 분야도 포함되고요. 그래서 크게 보면 메디컬과 웰니스 두 가지를 다 보고 있는 거죠. 메디컬은 정말 전문적인 의료 기술을 다루고, 웰니스는 일상 생활에서의 건강 관리를 포함하는 좀 더 넓은 범위로요.”

-대표 포트폴리오사들은요. 회사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대표 포트폴리오사로는 ‘쓰리빌리언’. 희귀질환을 유전체 기반으로 분석해서 진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상장 준비 중이고, 빠르면 올해 안에 IPO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요. VR 기반의 ‘서지컬마인드’, 메타버스 기반의 ‘뉴베이스’ 같은 스타트업은 기술을 이용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닥터다이어리’는 당뇨병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메디히어’ 같은 경우에는 원격 진료에 포커스를 둔 서비스고요. 그리고 의료진들을 위한 SaaS도 많이 투자했어요. 예를 들어 ‘널스노트’는 간호사 업무 효율화를 돕는 앱이고, ‘메디팔’은 재진 환자들을 관리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웰니스 쪽에서는 ‘강남언니’나 ‘해피문데이’ 같은 유명 앱도 있습니다. ‘해피문데이’는 월경 관리 앱을 만드는 곳이요. 운동 관련해서는 자전거 훈련과 운동 관련 앱인데, 자덕(자전거 덕후)들을 위한 앱 ‘라이덕’, 웨이트 트레이닝 관련 앱인 ‘버닛’ 등이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전문적인 투자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큰 하우스의 경우엔 바이오나 헬스케어 관련 투자팀과 인력이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엔 의사나 약사 출신으로 심사역이 되신 분들도 꽤 많고요.

“VC들도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과 색깔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VC들은 이미 많이 특화되어 있는데요. 사실 VC가 모든 분야의 스타트업을 제대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 VC업계를 보면 특색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VC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책을 봐도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VC들의 홈페이지조차 이름만 바꾸면 다 똑같아 보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특히 의료나 헬스케어 같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들이 투자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래야 더 나은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의 어려움과 고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창업가들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잘 알아주는 투자자와 함께 하는 게 더 합리적이겠죠.

DHP는 ‘의료/헬스케어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직접 그 분야 투자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로 출발했습니다. 의료 분야는 단순히 사업 내용뿐 아니라 시장 니즈, 각종 규제, 복잡한 이해관계 등 여러모로 특수성이 크거든요. 그 특수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 투자 판단을 하면 더 전문적일 수 있다고 봤죠. 그중에서도 특별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의료 외에도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이미 디지털 전환을 겪었잖아요. 교육, 물류, 금융, 커머스 할 것 없이 디지털 혁신을 피해갈 수 없었죠. 하지만 의료/헬스케어는 상대적으로 그 변화가 더뎠어요. 이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하게도 마찬가지였죠. 그렇기에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우 큰 기회가 열릴 거라 확신합니다.

DHP 포트폴리오사들 /DHP 제공

2. 생각보다 작은 AUM 100억원, 그럼에도 투자 받는 이유

-상대적으로 펀드 사이즈도 작고, 팀원 규모도 작습니다. 그런데도 헬스케어 유망 스타트업에는 대부분 DHP가 한발씩 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저희 DHP에 투자받고 싶어 하십니다. 저희가 작은 회사임에도 대형사들과 경쟁해도 절대 밀리지 않아요. 이건 정말 자신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분들이 DHP 투자를 선호하시는 이유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선구자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해 왔고, DHP 역시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벤처캐피탈로 인식되거든요. 식약처나 심평원에서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DHP에서 투자받는다는 건 자금 이상의 endorsement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차별점도 크죠. 첫째는 의료 전문성입니다. 산부인과, 내과, 소아과, 정신과 등 다양한 진료과 출신 의사 파트너들이 있어서 투자 검토 시 의학적 의미나 현장 니즈를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요. 둘째는 선배 창업자들의 노하우입니다. 눔, 뷰노 같은 헬스케어 기업 C 레벨 출신 벤처 파트너들이 직접 멘토링을 해 주시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해 주십니다. 셋째는 규제 전문성. 파트너 중에 식약처 의료기기 심사부 부장까지 지내신 분이 계시고, 저 역시 의료 AI·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 제정에 조언을 합니다. 실제 한국의 의료 관련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테스트베드인데요. 30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 네트워크를 보유한 의료재단 부이사장님이 파트너로 계셔서, 임상시험이나 사업화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영역에서 만큼은, 일반 VC와 확실히 차별화된 밸류를 드릴 수 있고요. 창업자들도 이런 DHP의 종합적인 가치를 높이 사주시는 것 같습니다.”

-AUM이 100억원, 풀타임 직원이 세 명에 불과합니다. 생각보다 펀드 사이즈가 작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네. 100억으로 지금까지 40여개 기업이니. 보통 1억 정도 투자합니다. 다들 저희 사이즈보고 놀라긴 합니다.”

-더 키울 생각은요?

“처음에는 일부러 펀드 규모를 키우지 않았어요. 의미 있는 돈만 받고 싶다는 일종의 고집이 있었죠. 초기 조합을 보면 의사, 의료계 분들, 선배 창업자 등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련자들의 투자를 주로 받았거든요. 지금은 적극적으로 펀드 규모를 키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미 없는 돈보다는 제약사, 보험사, 의료기기 회사 등 헬스케어 관련 분야나 아산나눔재단, 디캠프 같은 곳의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LP 구성에 있어서도 헬스케어 도메인에 관련성이 높은 분들 중심으로 모시려 하고 있고요.

지금 LP는 크게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는데요. 개인 투자자로는 의사 분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성공한 디지털 헬스케어 선배 창업자들도 LP입니다. 기관 투자자로는 스트롱벤처스가 가장 큰 LP 중 한 곳이고, 그 외에도 네이버 D2SF,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등 국내 VC와 AC들과도 딜 플로우 공유나 투자처 발굴에서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업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양쪽을 오가는 셈이죠.”

-다음 펀드 규모로는 어느 정도를 생각하시나요.

“100억 정도 추가 펀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작년 열린 DHP 데모데이. 유망한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업계 전문가들이 모인다. /DHP 제공

3. “생각보다 의료는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

-투자업계 출신이 아닙니다. 초기 펀드레이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요.

“처음에는 VC 업계 경험이 없어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전문성만 있으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트랙레코드도 없고, 벤처캐피털 하려면 자본금도 있어야 하는데 돈도 없이 뛰어들었죠. 주변에서 믿고 맡겨주신 자금들을 겨우 모아 밑바닥에서 시작했죠.

초기에 펀드레이징이 어렵진 않았냐고요? 사실 그건 또 괜찮았어요. 왜냐면 그때 같이 창업한 공동창업자분들이 업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분들이었거든요. 저 역시 개인 투자자로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고요. 지금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커지기 전이라 전문가도 많지 않았고요. 그래서 저희가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좋은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이제는 시장이 훨씬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졌잖아요. 그러다보니 규모의 문제가 커진 거죠. 지금 100억짜리 펀드 조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의료나 헬스케어가 돈을 번다, 사업화를 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드러내진 않겠지만요.

“의료 분야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영역이다 보니,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거든요. 의료기기라면 더욱 그렇죠. 엄격한 규제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하고요. 특히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험 수가 책정이 핵심인데,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이 유일한 의료보험자잖아요. 결국 정부를 설득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의료계의 수용과 정부의 승인이라는 난관을 연달아 통과해야만 사업화가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의료 스타트업들은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선 임상 근거 확보가 필수입니다. 소위 ‘근거중심의학’이 지배적이라, 임상시험 데이터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않고서는 인정받기 힘들거든요. 이 모든 과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요.

그런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의료만큼 혁신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야도 없어요. 인간의 근원적 욕구가 오래 살고, 건강해지고 싶은 거잖아요. 가능하다면 빨리, 저렴하게 치료받고 싶어 하고요. 의료 기술은 이런 인간의 본능적 니즈를 정면으로 충족시켜주거든요. 대표적으로 엑스레이 기술만 봐도, 불과 100여년 만에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됐잖아요. 전자의무기록(EMR)도 마찬가지예요. 10여년 전만해도종이 차트에 수기로 기록했는데, 지금은 모든 병원이 EMR로 전환했어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변화죠. 충분한 근거만 확보되고, 비용 대비 효용성이 입증되기만 하면 순식간에 전 세계 의료 현장에 스며드는 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들이에요.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이고 느린 속도로 수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들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영역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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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헬스케어 규제? 속도 더디다지만, 변화의 흐름 감지”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개념 자체가 도입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고요.

-23앤드미 등 해외에서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던 헬스케어 상장사들이 무너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쉽지만은 않던데요.

-한국은 헬스케어 규제국가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국의 관련 규제는 왜 이렇게 빡빡할까요.

작년 열린 DHP 데모데이. /DHP 제공

5. “원대한 문제를 풀겠다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더 나와야”

-투자 검토를 하는 스타트업의 수가 급증했다고요. 그만큼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 스타트업이 늘어났다?

-중차대만 문제에 도전하는 팀이 필요하다?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는 엑싯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2027년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고 했습니다. 운용자금이 지금의 10배?